"이 불황에…" 동대문 두타엔 빈 매장이 없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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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친은 쇼핑몰…매장은 백화점"얘들아,동대문 가자!"이 말은 이른바 'X세대'들에게 한때 "옷 사러 가자"라는 얘기로 통했다. 1996년 거평프레야를 비롯해 밀리오레(1998년),두타(1999년) 등 대형 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 동대문 일대가 쇼핑 메카로 떠올랐기 때문.하지만 온라인몰의 등장과 아울렛,대형마트의 저가 공세로 요즘 동대문 쇼핑몰들은 고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나홀로 성장세를 구가하는 곳이 있다. 바로 다음 달로 10주년을 맞는 두타다.
매장 줄이고 휴식공간 넓혀…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양성도
◆동대문의 유일한 '공실률 제로'두타는 동대문 일대 10여개 쇼핑몰 중 유일하게 공실률이 0%다. 간판급 쇼핑몰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나 밀리오레,apM,굿모닝시티 등이 적게는 10~15%에서 많게는 40%까지 점포가 비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만큼 동대문에서 가장 북적이는 곳이 두타다.
이 같은 두타의 선전은 소유 구조의 차이에 기인한다. 다른 쇼핑몰들은 대개 점포를 쪼개 분양해 '주인'이 600~700명에 달하고,다시 상인들에게 임대하므로 통합 경영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유권 분쟁이 잦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두타는 회사가 건물을 소유,의사결정이나 변화 대응이 신속하다.
두타도 개점 당시엔 매장이 1400여개에 달했지만 2004년 재계약 때 실적이 저조한 700여개 매장을 내보내면서 통로를 넓히고 휴식공간을 확충했다. 올해는 매장수를 768개에서 500개 이하로 줄인다. 이에 따라 점포당 면적은 개점 초 5.61㎡(1.7평)에서 현재 16.5㎡(5평)로 넓어졌다. 오는 3월 리뉴얼 후에는 27.72㎡(8.4평)로 확장되고 통로 폭은 4~6m가 된다. 빽빽한 '벌집' 형태의 매장이 백화점 수준의 고급 쇼핑센터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신진 디자이너의 인큐베이터로 진화
5년에 한 번씩 임대분양을 하는 두타는 올해 3기가 시작된다. 3월부터 두 달간 120억원을 투자,리뉴얼에 들어간다. 두타의 3기 컨셉트는 패션 전문 쇼핑센터.'동대문 패션'의 취약점인 '노 브랜드(no brand)'에서 탈피하기 위해 신진 디자이너를 적극 육성,이들 브랜드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리뉴얼 효과로 입점 업체 총매출은 올해 20% 신장한 48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승범 두타 대표는 "두타의 경쟁 상대는 중국산이 점령한 온라인몰이 아니라 자라 · 유니클로 · 포에버21 등 글로벌 패스트패션들"이라며 "동대문의 '미래'인 신진 디자이너들의 창업과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 패션'은 열흘에 두세 번씩 다양한 디자인의 신상품을 쏟아내 매주 두 차례 신상품을 출시하는 패스트패션들과 맞설 수 있는 구조인데도 브랜드 부재로 인해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두타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공간인 '두체존'을 기존 지하 1층에다 지상 1층까지 2배로 확대하고 3층(남성복)에도 20여개 점포로 이뤄진 '두체맨'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디자이너 수가 현재 60여명에서 120여명으로 늘어난다. 이 대표는 "올해 브랜드화 성과를 지켜본 뒤 대구와 부산에 2 · 3호점을 내고 중국에도 진출할 것"이라며,항간에 떠도는 두타 매각설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