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간판 존 테인, BOA서 퇴진

메릴린치 부실규모 제대로 안알려
월가의 간판스타인 존 테인 전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 · 사진)가 불명예 퇴진했다. 테인은 메릴린치가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뒤 BOA에서 자산운용부문 사장 자리를 맡았는데 한 달도 안 돼 사임하게 됐다. BOA는 22일 테인 사장이 켄 루이스 BOA CEO와 면담한 직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테인 사장 후임으로 브라이언 모이니한 BOA 고문이 임명됐다. 모이니한은 글로벌뱅킹과 글로벌자산,투자관리부문 대표를 맡는다.

테인이 전격 사임하게 된 것은 4분기 메릴린치가 153억달러의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BOA를 곤경에 빠트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위기에 빠진 BOA를 구제하기 위해 2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추가로 지원하고,1180억달러의 부실자산에 대해 보증을 제공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BOA 경영진 사이에서는 메릴린치의 경영을 책임졌던 테인이 부실 규모를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BOA는 신용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9월 메릴린치를 194억달러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는 불과 사흘 전에 메릴린치 임직원들에게 무더기 연말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테인은 궁지에 몰렸다. 또 자신이 메릴린치 사령탑을 맡은 직후 122만달러를 들여 사무실을 호화스럽게 꾸민 사실도 문제가 됐다. 이 밖에 테인은 올초 BOA에 1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요구했다가 거센 여론 비난에 직면,이를 철회한 바 있다.

테인은 메릴린치의 대규모 손실이 공개된 직후에도 콜로라도로 휴가를 떠나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