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마나한 '대교협 학과평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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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주요大 불참속 참여학교 대부분 '최우수'대학 참여율이 절반가량에 불과해 '반쪽짜리'라는 평가를 받아왔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학문 분야별 대학 평가가 올해를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박종렬 대교협 사무총장은 29일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린 '2008 학문분야평가 결과 발표' 행사에서 "내년부터 학문분야별 결과 발표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총장은 "내년도 정부 예산을 받지 않았다"며 "앞으로 대학 평가는 교과부가 주관하는 대학별 자체평가 · 정보공시와 대학공학교육인증원 · 의학교육인증원 등의 분야별 평가로 대체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은 분야별 대신 대학 종합평가에만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교협, 예산낭비 지적에 폐지 결정… 대학평가에 주력
대교협은 1992년부터 해마다 특정 학문분야를 선정해 전국 4년제 대학을 상대로 평가한 뒤 최우수 · 우수 · 인정 · 개선요망 4개 등급으로 나눠 명단을 발표해 왔다. 매년 정부 예산 15억~20억원가량이 지원됐다. 하지만 평가 대상 대학의 30~50%만이 참여하는데 그쳐 고교생과 학부모 등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학 참여율이 떨어지는 이유는 대교협이 2003년부터 평가를 강제참여에서 자율참여 방식으로 전환한 때문이다.
게다가 최우수나 우수 등급을 받는 비율이 참여학교의 75~100%에 이르고 '개선요망' 등급을 받는 학교는 하나도 없거나 한두 곳에 불과해 사실상 평가다운 평가로 보기조차 어려웠다. 이 때문에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최우수를 받아도 큰 의미가 없다'며 평가를 받지 않았다. 황인성 대교협 연구원은 "학문 분야별 평가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교육과정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사전에 등급 기준을 알려주고 맞추도록 유도했다"고 말했다. 낮은 등급의 대학은 아예 평가를 거부하고 평가에 참여하는 곳은 기준을 맞춰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최우수와 우수 등급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나마나한 평가'라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평가 대상 학과들이 집단으로 평가를 거부하는 사태도 자주 빚어졌다. 2003년에는 경제학과 물리학에 대해 각 대학 해당학과들이 평가를 거부했고 2006년에는 영어영문학 · 행정학 · 식품영양학 등에 대해 관련 학회 차원에서 평가를 거부했다. 이번에도 원래는 8개 학문분야 평가 결과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각 학계에서 '의미 없다'며 반대해 결국 경제학과 물리학 한의학 등 3개 학문만 결과를 발표하는데 그쳤다.
이날 대교협의 발표에 따르면 경제학 분야에서는 고려대 한양대 등 16곳이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대교협은 경제학 분야에 한해 이례적으로 고려대 명지대 숭실대 중앙대 한남대를 '연구실적 상위 10% 학교'로 별도 명시했다. 물리학에서는 건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18곳이,한의학에서는 경희대 동국대 등 6곳이 최우수로 꼽혔다. 이날 발표에서 3개 학문을 통틀어 개선요망 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분야별 참여율은 경제학 48%,물리학 54%였으며 한의학은 11개 대학이 모두 참여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