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협력업체 하루 종일 피말렸다

법원, 법정관리 여부 현장실사…비공개속 생산라인 점검
40여개 부품업체 친인척 돈 끌어다가 가까스로 부도 모면
"오늘 만기인 14억원의 어음 중 4억원은 친척 · 지인 등의 돈을 총동원해 현금으로 갚았고,10억원은 은행 지점장을 설득해 만기 6개월짜리 신규 대출을 받아 간신히 막았습니다. "법정관리 결정을 앞둔 쌍용자동차의 1차 협력업체인 네오텍의 최병훈 사장은 29일로 만기가 돌아온 쌍용차 어음 결제 대금 14억원을 해결하느라 숨가쁜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11월 쌍용차에 부품을 납품하고 받은 14억원짜리 어음이 쌍용차의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동결되면서 돈을 구하느라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법원이 회생 또는 파산을 결정할 때까지 쌍용차의 어음 결제 의무를 중지시켰지만,어음을 이미 현금으로 할인해 쓴 터라 이날까지 은행에 빌린 돈을 모두 갚아야 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어음을 막았지만 2차,3차 협력업체 30여곳에 발행해 준 어음 10억원의 만기일이 다음 달 20일 돌아와 또다시 같은 고생을 되풀이 해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 말리는 하루 보낸 쌍용차 협력업체

쌍용차가 11월 부품 대금으로 발행한 어음 933억원의 만기일인 29일 쌍용차의 1차 협력업체 40여곳은 생사를 건 '피 말리는' 하루를 보냈다. 쌍용차 1차 협력업체 모임인 협동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부도 위험에 처한 40여개 업체 중 20여개가 어음 할인 상환금을 신규 대출로 전환하거나 사채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구해 도산 사태를 모면했다. 나머지 20여곳은 은행 마감 직전인 오후 4시30분까지 은행 담당자들을 설득해 위기를 넘겼다. 쌍용차 공장이 있는 평택시에서는 9개 협력업체에 21억원가량의 어음이 돌아왔으나 모두 돈을 마련해 부도 위기를 모면했다. 이 중 한 곳은 은행 마감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이 쌍용차 어음 만기로 어려움을 겪는 것에 대해 최상진 쌍용차 상무는 "회사가 발행한 어음이라도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임의로 결제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협력사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1차 협력업체인 A사 사장 김모씨는 "29일 어음만 막는다고 부품사의 연쇄 도산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며 "작년 12월부터 두 달간 납품한 부품 대금은 한 푼도 받지 못해 운영자금이 바닥난 상태여서 2월부터 부품사들의 '2차 부도 위기'가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C200 등 신차용 부품개발비로 1 · 2 · 3차 협력사들이 쓴 돈만 해도 3000억원이 넘는데 이 돈을 못 받으면 부품사끼리 발행한 어음이 다음 달부터 줄줄이 부도날 수 있다"며 "쌍용차가 하루빨리 회생 절차를 밟아 공장을 50%라도 돌려야 부품사들이 연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긴장감 속 비공개로 진행된 법원실사

이날 오전 평택의 쌍용차 공장에선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 고영한 수석부장판사와 이동원 부장판사 등 법원관계자 5명이 쌍용차 회생개시 여부 결정을 위한 현장실사를 진행했다. 법원 실사단은 오전 10시45분께 도착해 회사 현황 및 출시 예정인 신차 관련 브리핑을 듣고 11시20분부터 약 15분간 생산라인을 둘러봤다. 이어 부장급 사원 대표 2명과 인터뷰를 마친 실사단은 12시10분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동원 부장판사는 "이르면 다음 달 6일께 회생개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인터뷰한 쌍용차 직원들은 회사가 반드시 회생할 것으로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에는 하관봉 부사장,최상진 상무 등 경영진 9명가량이 법원 실사단을 동행했다. 최 상무는 "이번 실사는 법정관리 결정 전에 거쳐야 하는 재판의 일부이기 때문에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세부 사항은 이미 서면으로 대부분 파악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평택=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