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勞 비정규직법 시각차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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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한노총 첫 정책협의정부와 여당의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방침에 대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함에 따라 향후 법 개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등과 정책협의회를 가졌다. 당정 협의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방향으로 비정규직보호법을 개정하기로 입장을 정한 후 처음으로 노동계와 대화에 나선 것.그러나 장 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정부와 여당이 현재의 기조를 유지하는 건 전쟁을 한번 해보자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가 반발하고 나선 건 현행 비정규직법의 효과에 대해 당정과는 현실 인식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이 법으로 오는 7월이 되면 상당수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향후 10%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노동부 조사 결과가 있다"며 "가장으로서 일자리를 유지하고 싶은데 법이 이를 가로막도록 놔두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통계대로라면 7월부터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되는 직원 300명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 100만명 중 9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장 위원장은 "2007년 3월 879만명에 달하던 비정규직 숫자가 같은 해 8월 비정규직법 시행 당시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8월 840만명으로 감소했고 정규직 숫자는 2001년 8월 585만명에서 지난해 8월 771만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며 비정규직보호법이 정규직 전환보다는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정부와 여당의 예측을 반박했다. 그는 "7월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가야 하는데 실제 전환 비율이 상당히 높다"며 "왜 이를 무시하고 고용 대란이 온다고 하느냐"고 말했다. 또 "최근 고용총량의 감소는 2006년 말부터 지속된 경기 침체가 원인이며 비정규직법이 고용총량 감소의 원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가 한국노총을 찾은 건 한국노총이 법 개정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의 양보를 얻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국노총이라도 '묵인'해준다면 법 개정은 그만큼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양측은 이날 서로간 입장차를 줄이는 데 실패했다. 임 의장은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한국노총이 대량 실직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설득시킨다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지만 회의 후에는 "인식차가 상당히 크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도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당정 간 협의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노동부 안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양측은 각자 다시 한번 노동현장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기로 했다. 경영자 측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현행법의 효과에 대한 통계작업도 새로 해보기로 한 것.양측은 이를 토대로 이번 주말 실무자급 회동을 갖고 내달 2일 임 의장과 장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우선 현실에 대한 인식차부터 줄여야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까지는 부정적이지만 한국노총도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비정규직의 실직대란이 현실화될 경우 그 책임은 노동계가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이와 관련,"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민정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해 태도 변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놓았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개선되고 사내 하도급에 대한 고용관계만 명확히 정리된다면 기간제 연장을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에 참여했던 한 공익위원은 "한국노총이 기간 연장에 대해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정책 협의가 지속될수록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해 앞으로 노사정 간 합의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기설/유창재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