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제 산적한 포스코 정준양호(號).경기침체 돌파+민간기업 독립성 확보

‘포스트 이구택 체제’를 이끌어갈 차기 포스코 회장 후보로 정준양 포스코건설 사장이 선임됐다. 국내 시가총액 2위 기업인 포스코의 새 수장에 오르면서 ‘정준양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총자산 38조4960억원(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재계 서열 6위인 포스코를 이끌 정 사장의 어깨는 무겁기만하다. 악화된 철강시황 속에서 포스코의 위기 돌파에 앞장서야 하는 동시에 민간기업으로서의 위상도 재정립해야 하는 숙제를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중장기 경영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포스코의 지난해 매출(연결 재무제표 기준)은 41조7190억원,영업이익은 7조1900억원. 사상 최대 실적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철강 수요가 올해 14%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포스코도 1분기 추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을 정도로 시황은 악화되고 있다.

정 사장은 철강업계의 5년 호황이 끝난 시점에서 포스코호의 선장으로서 이 같은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난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여기다 포스코의 중장기 생존전략을 위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과 자원개발 투자 확대도 정 사장의 몫이 됐다.

포스코는 이미 임원 연봉의 10%를 반납키로 하는 등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포스코는 각종 비용을 작년 보다 20~30% 줄이고 저가 원료 구매 확대와 구매 시기 조정 등을 통해 원가를 연간 1조원가량 절감할 계획이다. 이는 철강수요 감소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실적 악화를 막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이다.이에 따라 정 사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포스코의 생존전략을 짤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투자금액을 지난해 3조4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늘릴 정도로 공격적인 경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투자를 통해 2~3년 뒤 철강경기가 회복됐을 때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정 사장의 주된 임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포스코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경영 구도를 정착시켜놨기 때문에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정 사장은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포스코의 생존방안을 마련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전문경영인으로서의 독립성 확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이미 김만제 전 회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뒤,유상부 전 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뒤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 하차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 이구택 회장마저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정치적 외풍 논란에 휩싸인채 자진 사퇴했다.

정 사장이 이 같은 외풍 논란을 잠재우고 포스코를 실질적인 민간기업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게 포스코 안팎의 요구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민영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통제기업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는 게 정 사장의 가장 큰 숙제 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특히 정 사장은 이번에 신임 회장 후보로 선임됐지만 현 이구택 회장의 잔여임기(내년 2월까지)를 채우는 ‘한시적인 최고경영자(CEO)’라는 멍에를 안고 있다. 내년 초에 다시 외풍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결국 포스코를 이끌 새로운 사령탑으로서 입지를 다질 지, 아니면 1년짜리 한시적인 CEO로 남을 지 여부는 정 사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

한경닷컴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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