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제3의 금융 '대부업'‥年 49% 이자 서민의 덫인가 그나마 희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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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폭리… 상한금리 年 30% 대로 내려라"대부(貸付)업체들이 연 40%대의 고금리 대출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업체 금리를 더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대부업체가 필요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금리를 무리하게 낮추도록 강요하면 정작 돈이 필요한 서민들이 대부업체에서 쫓겨나 불법 사채업자에게로 내몰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업체 "이익 많지만 조달 금리도 높다" 푸념도
◆대부업체 얼마나 벌기에
대부업계 1위인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이 최근 발표한 2008회계연도(2007년 10월~2008년 9월)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영업수익 3802억원에 순이익 993억원을 기록했다. 2007회계연도에 1299억원을 번 것에 비해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이 회사의 자산규모가 1조17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이익 규모다.
작년 1~9월 국내 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이 0.72%인 데 비해 에이앤피파이낸셜의 ROA는 9.76%로 13.5배에 달했다. 이 회사의 자기자본비율이 45%로 은행(10~12%)의 네 배 수준인 점을 감안해도 자산규모 대비 이익 규모가 큰 편이다. 2007회계연도 실적을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금 70억원 이상 84개 대부업체 중 11개가 100억원 이상 순이익을 기록했다. 500억원 이상 순이익을 올린 대부업체들도 네 군데나 있었다.
◆금리 내려라 vs 고금리 불가피
대부업체는 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에 이자율 상한선인 연 49%를 대부분 적용하고 있다. 담보대출과 기업대출을 포함한 대부업계의 평균 대출금리는 연 45% 수준이다. 일부 중소 대부업체들의 경우 이자율 제한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대부업법상 이자율 상한선을 낮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연 49%인 이자율 상한선을 예컨대 연 30%대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정희 민노당 의원 등은 대부업 상한금리를 연 25%로 인하하자는 법안을 지난해 발의하기도 했다.
대부업체의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일본의 사례를 꼽는다. 대부업이 발달한 일본에서는 연 29.1%를 이자율 상한선으로 적용하던 것을 올해 6월부터 연 2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일본은 1981년까지 법으로 정해진 대부업 상한금리가 연 109.5%였으나 단계적으로 낮춰왔다.
이에 대해 한국의 대부업체들은 이자율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일본이 금리 상한선을 인하할 수 있었던 것은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우리나라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본 5대 대부업체인 다케후치(2.39%) 아코무(1.84%) 프로미스(1.6%) 아이후루(1.58%) 산요신판(1.6%) 등의 조달금리는 모두 연 2% 내외다. 이들은 기업상장 이전에 연 6~7%에 외국계 은행에서 돈을 빌려왔으나 상장 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금리를 대폭 낮췄다. 중소 대출업체들의 조달금리도 연 10% 정도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대부업체들은 연 14~15%,중소형 업체들은 연 24% 정도에 제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에이앤피파이낸셜 관계자는 "대부업체들의 대출 금리가 높은 이유는 조달금리가 높기 때문"이라며 "대부업체들에 회사채 발행 등을 허용해 싸게 자금을 공급받을 수 있게 한다면 스스로 대출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석승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장은 "조달금리를 조정하지 않고 상한금리만 내린다면 몇몇 대형 대부업체를 제외한 영세 대부업체들은 부도가 나거나 시장 자체가 음성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대형 대부업체들은 일본계 자본이 많다. 대부 자금의 상당액이 실제로 일본에서 흘러들어왔다. 최근 엔화가치 급등에 따른 환차손을 감안하면 대형 대부업체들이 실제로는 손해를 봤다는 얘기도 있다.
◆환승론 등 다양화 필요
이미 형성된 대부업 시장을 틀어막거나 금리상한선을 무리하게 낮출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일본에서도 이자율상한선을 내린 이후 많은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해 불법 사채업자로 전락했던 경험도 참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는 대부업법을 개정해 허가제로 바꾸거나 등록 요건을 강화해 시장을 건전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연체가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환승론을 활성화하자는 입장이다. 은행들이 공동출자한 환승론 전문업체인 한국이지론을 통해 고금리 대부업체 대출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제도권 금융회사 대출로 갈아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