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이 노리는 올해 테마주] 부자들의 눈엔 '명품 테마주' 보인다는데…

경기부양ㆍ그린에너지 등‥정부정책과 맞물린 대형주 주목
대한항공ㆍ신한지주 등 '턴어라운드주'도 노려볼만
현대증권 개포지점과 거래하는 신동국씨(47 · 가명)는 지난해 11월 주식형 펀드를 깨고 직접투자로 옮겨갔다. 지난해 10월 한 달 만에 코스피지수가 40% 가까이 급락하는 동안 그가 가입한 펀드 수익률은 이보다 더 떨어진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아무리 훌륭한 펀드매니저라고 해도 시장이 이런데 뭘'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보다 '전문가도 어쩔 수 없구나'하는 실망감이 더 컸다. 그의 펀드 수익률은 1년 전 불어난 수익을 다 까먹고도 30%가 넘는 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친구가 임원으로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이 국내 건설 업황과 큰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건설업계 구조조정과 맞물려 이유없이 급락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증권사 조재형 지점장의 조언도 받았다. 연말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는 데다 2009년 실적도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는 1억4000만원대로 쪼그라든 환매 자금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SDI에 나눠 투자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삼성그룹주가 두각을 보인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설 연휴 전 계좌를 확인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50%,삼성SDI는 5% 정도 올라 자산은 1억8000만원 가까이 불어나 있었다.

부자들이 증시를 기웃거리고 있다. 최근 2~3개월간 코스피지수가 1000~1200 사이 박스권에 갇힌 상태에서 펀드 수익률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종목별로는 30% 이상 수익이 난 종목들이 속출하자 이런 추세는 조금씩 확산되는 양상이다. 조 지점장은 "작년 11월부터 부자들의 일명 '스마트머니' 자금이 직접투자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어느 정도 수익이 나자 일부는 현금화하고 일부는 새로운 투자 종목을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은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주식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최근 들어 종목별 테마 장세가 전개되면서 부자들의 관심도 '테마'로 옮겨가고 있다. 부자 고객을 많이 둔 서울 강남권의 증권사 지점장이나 PB센터장들이 추천하는 올 유망 테마주는 기본적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명품PB센터장은 "경기부양이나 그린에너지 등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형주에 1차적으로 관심을 둘 만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4대강 정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건설 효성 등이 주목받고 있다. 또 그린에너지 관련 테마로 동양제철화학과 현대중공업 LG화학 등도 손꼽히고 있다. 다만 동양제철화학은 이미 태양광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게 부담으로 지적된다.

경기 침체로 인해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업종 대표주도 주요 테마로 추천받고 있다. 정영완 삼성증권 Fn고객사업부장은 "부자 고객들은 실제 기대 수익률이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며 "경쟁력이 있는 핵심 블루칩이 유망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독일 키몬다의 파산 신청 속에 '치킨게임'의 승자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하루에만 10%나 급등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경기 침체 속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업계 내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반도체 가격 반등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글로벌 업종 대표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이 거론된다. 기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이 나아지고 있는 '턴어라운드'주에 대한 관심을 높여 가라는 추천도 있다. 조 지점장은 "삼성SDI는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도 2차전지를 기반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박 발주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선박 수리에서 강점을 지닌 현대미포조선과 SK그룹이 인수한 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SK브로드밴드도 추천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턴어라운드주로 대한항공과 신한지주 등을 추천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유가 하락으로 영업비용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원 · 달러 환율이 안정을 보일 경우 지난해 입은 외환 관련 평가손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밖에 자산 재평가 관련주인 한라건설 CJ제일제당 한화 등과 와이브로 관련주인 포스데이타 KT 영우통신 등도 테마주로 추천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책 관련주로 들썩이는 코스닥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위 '고수'라고 할 정도로 직접투자 경험이 풍부한 일부 투자자들을 제외하곤 중소형주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기대감만으로 들썩이는 주식은 부자 고객들의 관심권에서도 멀어져 있다. 정 부장은 "정부 정책이 주가에 영향을 주는 건 필연적이지만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변화를 측정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동반 급등하고 있지만 옥석이 가려지면 우량한 기업들만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센터장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급의 힘으로 급등하는 종목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