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서 미군 철수 빨라지나…지방선거 무사히 끝내
입력
수정
사회안정 일정수준 도달 평가지난해 말 미군의 단계적 철수가 시작된 뒤 처음 치러진 이라크 지방선거가 별다른 폭력 사태나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다. 이에 따라 이라크의 자체적인 치안능력과 사회안정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군의 철군 속도도 더 빨라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7시 이라크 전역 6500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이번 지방선거는 더 많은 투표 참여를 독려한다는 취지로 당초 예정보다 한 시간 연장된 오후 6시에 끝났다. 이번 선거는 2005년 12월 총선 이후 3년여 만에 전국적으로 치러져 많은 관심을 모았던 만큼 각 투표소에는 주민들의 투표 행렬이 투표 마감 시간까지 계속 이어졌다. 지방의원 440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400개 정당 및 단체에서 1만4431명이 출마,32.8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유권자 수는 전체 인구 2800만명 중 53.6%인 1500만명이었다.
특히 3년 전 첫 총선 때는 무장투쟁에 치중하던 수니파 정당이 대거 불참했지만,이번에는 시아파와 수니파가 모두 참여해 그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이번 선거는 2006년 5월 취임한 누리 알 말리키 총리의 중간평가 성격도 지니고 있다. 알 말리키 총리는 단일 연방국가의 실권자로서 구심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미군 철수 확정 및 치안 등의 성과를 이룬 지도자라는 평이 엇갈리고 있어 그가 이끄는 다와당의 선전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잠정 선거 결과는 3일 이후 나올 예정이지만,이라크 정부 측의 공식 발표는 수주일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투표는 삼엄한 경비 속에서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졌지만,바그다드 투표소에서는 선거인명부에 유권자 이름이 대거 누락된 탓에 수천 명이 투표를 못해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라크 보안당국은 공항과 육상 국경통과소를 폐쇄하는 한편 차량 폭탄 테러 예방을 위해 차량 운행을 금지시키는 등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날 오전 티크리트 지역의 한 투표소 인근에서는 박격포 네 발이 터져 보안당국이 한때 긴장했으나 인명 피해 없이 마무리돼 한숨을 돌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는 이라크의 미래를 위해 의미심장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