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전화·영화 '울트라 초고속 인터넷'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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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2012년 방통망 고도화'에 34조 투입부산이 고향인 직장인 K씨는 설연휴에 귀경하는 데 무려 10시간이 걸렸지만 무료하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인터넷TV(IPTV)에 연결해 최근 개봉한 영화들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집에서 보던 IPTV를 휴대폰으로도 언제든지 볼 수 있어서다. 영화를 보던 도중에 K씨는 사내 메일에 접속해 두바이 현지 리조트 건설 상황을 체크했다. 현지 직원이 보내온 동영상 파일을 열어 공사 진척 상황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현지 직원들과 간단한 화상회의도 했다. 무선 데이터 전송속도가 빨라져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쉽게 주고받을 수 있고,사내 전산망에도 접속할 수 있어 언제 어디서든 업무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K씨는 버스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자 휴대폰을 꺼내 집의 난방 온도부터 올렸다. 휴대폰으로 홈네트워크 시스템에 접속해 원격 제어가 가능한 덕분이다.
3차원 TV 통해 교육·의료 원격서비스 급팽창
120분 영화 12초에 다운 … 미디어산업 '빅뱅' 예고
2012년께 우리 생활에 인터넷을 기반으로 일어나게 될 변화상이다. 정부가 1일 내놓은 '방송통신망 고도화 기본 계획'은 방송통신 네트워크의 고도화를 통해 생활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통신 · 방송 · 미디어 산업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초고속 IT 대운하' 건설
정부는 통신과 방송이 융합된 광대역통합망 구축을 위해 향후 5년간 34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정부 1조3000억원,민간 32조8000억원 등이다. 지금보다 속도가 10배 빠른 유 · 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대도시 중심으로 보급되고 있는 초당 100메가비트(Mbps)의 광랜 인터넷망을 농어촌지역으로 확산,2012년에는 국내 인터넷 가입자의 90%인 1400만명에 광랜 인터넷을 보급하기로 했다. 또 1기가비트(Gbps)급 울트라 초고속인터넷을 2012년에 상용서비스하고 1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1Gbps는 1.5기가바이트(GB) 크기의 120분짜리 영화 한 편을 12초에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속도다.
무선 인터넷 속도도 빨라진다. 작년 말 1650명인 3세대 이동통신 가입자를 2012년에 4000만명으로 늘리는 한편 이동 중에도 IPTV를 볼 수 있는 10Mbps 속도의 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전국망도 구축하기로 했다. 방송망은 2010년까지 KBS 등 지상파 방송도 양방향 서비스가 되고,2012년에는 전국 TV시청 가구의 96%가 디지털 지상파 방송을 볼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정부가 '초고속 IT 대운하' 건설에 나서는 것은 모바일 IPTV,이동형 인터넷전화,실감형 울트라 고화질(UD) TV 등 차세대 방송통신 융합서비스에서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가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2012년까지 미국 내 모든 가정에 최소 100Mbps급 초고속인터넷망을 구축하기로 했고,싱가포르는 2012년 1Gbps급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인프라 구축에 못지않게 빨라진 인터넷망에 걸맞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통신 · 방송시장 '빅뱅' 예고유 · 무선 통신망과 방송망이 하나로 통합돼 방송통신 시장에 격변이 불가피하다. 유선통신과 무선통신의 장벽도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집집마다 구리선으로 연결돼 있는 KT의 집전화는 인터넷전화로 모두 바뀌고,휴대폰으로 요금이 싼 인터넷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4세대 이동통신 국제 기술표준 유력 후보인 와이브로(WiBro)는 이동통신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의 'T',KTF의 '쇼' 등 3세대 이동통신에 비해 데이터 전송 속도가 4~5배 빠른 데다 올해부터 음성 기능도 허용됐기 때문이다. KT는 올해 와이브로 서비스 지역을 수도권과 84개 주요 도시로 확대할 계획이다. 와이브로 음성 서비스 가입자 수는 2013년 342만명에 달해 기존 이통 3사의 수익 구조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서비스를 둘러싼 경쟁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휴대폰으로 IPTV,인터넷전화,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결합상품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이들 모바일 3종 결합상품(TPS) 가입자가 2016년 500만명에 달하고 매출액은 2조410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