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ㆍ연대ㆍ고대 "의학 전문 대학원 포기"

3개大 학장들 "시간ㆍ돈 많이 들어 우수인재 기피"
교과부 "지원 받을땐 언제고… 일관성 유지해야"
다양한 의료인 양성을 위해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했던 의과대학들이 의예과 체제로 복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는 우수 인재들이 시간,돈 등 기회비용이 많이 드는 전문대학원 진학을 꺼리는 경향이 뚜렷한 데다 나이 많은 '늦깎이' 전문대학원 학생들의 수학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의 의과대학장들은 모임을 갖고 2010년부터 의예과 체제로 돌아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들 3개 대학은 올해부터 의학전문대학원과 의예과 체제를 병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내년부터 의학전문대학원을 폐지하고 종전처럼 의예과만을 운영하겠다는 구상이다. 나흥식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전문대학원 체제는 시간,돈 등 자원을 지나치게 많이 낭비하는 시스템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다시 의예과 체제로 돌아가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정식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 교수진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2010년까지 전체회의를 열고 교수들의 의견을 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관계자 역시 "현재 전문대학원 체제에 대해 의과대학 교수들의 불만이 크다"며 "내년에는 원래대로 돌아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학들은 의대 교수들의 동의만 얻는다면 의예과로 회귀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의과대학의 전문대학원 전환은 법적으로 명시된 것이 아니라 시범 사업으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6년간 407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며 전문대학원 체제 전환을 유도했던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은 부정적이다. 이동진 교과부 지식서비스인력과장은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고 해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건 필요하다"며 "대학들이 원하는 대로 의예과 체제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만일 의학전문대학원을 없애고자 하는 대학들은 지금까지 지원받은 예산을 반납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김애경 교과부 사무관은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할 것을 약속받고 엄청난 세금을 지원했는데 이를 안하겠다면 지원금을 다시 돌려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주요 의대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타 대학에도 영향을 미쳐 의치학전문대학원 체제로 유도하려는 정부 방침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정부는 2003년부터 의과대학의 전문대학원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년간 407억2000만원을 25개 대학에 지원했다. 'BK(두뇌한국)21' 사업을 통해서도 작년 한 해 동안 의과대학(16곳)과 치과대학(5곳)에 각각 139억원과 28억원을 지원했다. 이에 따라 2005년 경희대 · 가천의대 등 4개,치과대학 5개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을 시작했다. 올해부터 서울대 연고대 등 주요대를 포함 총 35개 의대 · 치대가 1500여명의 전문대학원 신입생을 받은 상태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