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 세상을 바꾼다] 탄소배출량 10% 줄이면 年 2조5000억 절감

#1.소형차 위주인 기아자동차는 최근 경기불황 속에서도 프랑스에서 판매가 소폭 늘었다. 프랑스가 지난해부터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의 차값을 최대 1000유로 깎아주고 기준치를 초과하면 최대 2500유로를 더 내게 하는 제도를 시행한 데 따른 것이다.

10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차하고 1㎞당 탄소배출량이 160g 미만인 저탄소차를 구입할 경우에는 1000유로를 할인해 주는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어 탄소배출량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전문업체인 화우테크놀러지는 작년 12월 50억원을 투자해 전남 나주시와 함께 독일의 국제 검 · 인증 기관인 튜브수드의 CO2 배출권거래소 아시아 · 태평양 본부를 나주에 세우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올 5월 시설이 완공되면 국내 최초로 CO2 배출권을 사고 파는 시장이 열린다.




◆탄소시장에 기회있다글로벌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저탄소 · 녹색사업에서 기회를 찾으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비즈니스 여건이 친환경 위주로 재편되면서 저탄소 · 녹색사업이 돈과 일자리를 만들고 있어서다. 2013년부터 한국도 ?? 배출량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 녹색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하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탄소배출권 시장은 2007년 640억달러에서 내년엔 15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급팽창하는 얘기다.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하이브리드차 등 ?? 배출이 적고 효율이 높은 분야에도 신규 진출할 수 있다. 탄소펀드 탄소배출권 등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기회도 열릴 전망이다.

다만 기업들은 온실가스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를 많이 배출하는 할 경우 '담배소송'과 같은 집단소송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요인도 상존함을 깨달아야 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의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원자재 부품 공급 및 생산 방식도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도 갈 길 먼 한국

한국은 1997년 일본에서 교토의정서가 체결된 뒤 줄곧 온실가스 문제를 규제 차원에서 접근한 탓에 관련 산업의 발전이 더디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녹색산업경쟁력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103.8)를 밑도는 102.3에 그치는 수준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조선 철강 전자 자동차 분야 등에서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탄소시장 등 녹색산업 분야에 대한 관심은 저조했다. 한국은 전세계 10대 ?? 배출국에 속할 정도로 에너지 다(多)소비 구조라 녹색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전략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탄소시장 진출에 일찌감치 앞장서온 건 일본이다. 일본은 교토협략이 체결된 1997년 이미 '저탄소 사회'를 국가적 비전으로 내세웠다. 2007년엔 기후변화 대응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자는 내용의 '차가운 지구'를,작년엔 '클린 아시아 이니셔티브'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탄소산업을 비롯한 녹색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전력투구했다. 그 결과 일본은 현재 태양전지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40%,축전지 세계 시장점유율 60%,연료전지 관련 세계 특허 1위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협력 절실

탄소배출권 시장이 한국 기업에 위협이 아닌 기회 요인이 되려면 민 · 관이 공동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제도적 인프라를 만들어 주고 기업이 신규 투자를 통해 뒷받침하는 방식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탄소배출권 거래진출을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과 기업의 집중적인 연구개발(R&D)로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구체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2012년 6억8840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 배출량을 10.2%(7014만t) 줄어든 6억1800만t으로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시 약 2조50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감축 규모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예산 1조2906억원을 녹색 정보화사업에 투자키로 방침을 정했다. 민 · 관이 공동으로 배출권 거래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환경부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지식경제부는 한국전력과 함께 ?? 배출권 거래소 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