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옛날이여…" 스타 CEO도 구직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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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나ㆍ프레슬러 등 자리 못구해 개인사업 준비경기침체 속에 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다.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CEO 같은 스타 경영자조차 번듯한 기업에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백조'(여성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S&P500지수에 소속된 기업들 가운데 61개 회사가 CEO를 교체했다. 2007년의 56개보다 늘어난 숫자다. 올 들어서도 존 테인 메릴린치 CEO,윌리엄 왓킨스 시게이트 테크놀로지 CEO 등이 불명예 퇴진했다. 통상 회사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한 지 1~2년 후에 CEO를 교체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자리를 잃는 CEO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퇴직 CEO들 가운데 인지도 높은 상장사에 새로운 둥지를 마련한 경우는 드물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리는 줄어든 반면 퇴직 CEO들이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뽑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자리를 1998년부터 6년간 독차지했던 피오리나도 물러난 지 4년이 다됐지만 아직 새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시간을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의 선거캠프에서 보냈다. 여자 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대기업들은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지 않고 있다. 그는 취업의 뜻을 접고 개인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의류업체 갭의 CEO 자리에서 물러난 폴 프레슬러 역시 최근에는 구직 노력을 포기한 채 자신이 투자해 직접 운영할 업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의 CEO에서 물러난 피터 돌란은 인지도 높은 상장사 대신 비상장사 이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WSJ는 불경기에 CEO 해임 건수는 평시의 두 배가량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특히 최근 퇴임한 CEO들은 실적 악화 등의 이유로 불명예스럽게 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에 재취업하는 게 쉽지 않은 처지라고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