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窓] '글로벌 포스코'의 조건

주기수
미 해군 기록에 의하면 1866년 8월 미국상선 제너럴 셔먼호가 대동강변에 닿아 싣고 온 물자를 가지고 통상을 요청했으나 완고한 대원군이 즉각 거절하고 거북선을 출진시켜 격퇴하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제너럴 셔먼호는 187t 크기의 철판구조물로 증기엔진을 사용한 두 개의 커다란 물바퀴를 장착한,당시로서는 최신식 선박이었고 거북선은 1415년께 처음 제작돼 인력으로 노를 젓는 전함이었다.

그러니 400년이 넘는 테크놀로지로 임진왜란의 승전이 재현되리라 믿었던 대원군이 얼마나 무모했는지 알 만하다. 또 그의 쇄국정책이 결과적으로 36년간의 식민시대를 가져왔다. 우리는 이런 쓰라린 경험을 통해 '우물안 개구리식' 안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험했다. 최근 선장을 바꾼 포스코호(號)가 세계경제 위기라는 폭풍우 속을 헤쳐 나아가려면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할 것이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이 얼마나 똘똘 뭉쳐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가느냐 하는 점이다. 포스코에선 사기업에 무슨 참견이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포스코의 성공 여부는 우리 경제의 성적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포스코는 우리가 자랑하는 세계 제일의 조선업을 비롯 자동차,가전,건설 등 수많은 업종과 연관되지 않는가.

몇년 전 외국의 한 세계적 경제지에 포스코의 물품배당과 납기결정을 '기업인 길들이기'라고 혹평한 기사를 보고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었다. 왜냐하면 포스코의 성장이 시설,기술면에서 탁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뒤에는 포항으로부터 한 시간 거리 안에서 묵묵히 일하는 각종 우수 납품처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은 전 세계가 심각한 경제문제를 떠안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기업합병과 인수가 치열하게 일어난다. 이미 포스코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세계 투자의 귀재 위런 버핏이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철강업을 독차지하려는 영국계 인도 출신 기업인 락슈미 미탈은 또 어떤 전략으로,어떻게 기업을 운영하는지 포스코는 눈을 세계로 돌려야 할 때다. 내부적으로는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이 서로 순망치한이란 마음가짐으로 서로 밀어주고 끌어줄 때 지금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