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국산 해저케이블 시대 열었다

3300억 규모 진도~제주간 사업자로 선정
LS전선이 그동안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케이블 전문업체들이 독점해온 해저케이블 시장에서 국내 기업 처음으로 계약을 따냈다. LS전선은 5일 한국전력과 국내 최대 규모인 3300억원짜리 전남 진도~제주 간 해저케이블 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젝트는 제주도의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진도와 제주도를 지름 10㎝ 초고압 직류 해저케이블로 연결하는 사업(총연장 122㎞)으로 2011년 말 완공된다. 진도~제주 간 사업구간 가운데 육지구간 17㎞를 뺀 해저 105㎞를 단번에 잇는 케이블은 동해공장에서 생산된다. 공사는 이 구간에 양 방향으로 각각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 · 초고압 직류송전) 케이블 2가닥과 통신 케이블 1가닥을 묶은 각 1회선을 2개 회선으로 해저 3m 아래 바닥에 포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해저 105㎞ 구간은 현장 접속 없이 특수선박을 통해 케이블을 설치하게 된다.

한전이 작년 9월 입찰공고를 낸 이 사업에는 프랑스 넥상스,일본 JPS 등 세계적인 해저케이블 회사들이 참여,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LS전선이 사업자로 최종 결정됐다. LS전선은 이번 수주로 향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섬이 많은 국가들의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은 지난해 기준으로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향후 시장 규모는 해마다 30% 이상 증가율을 보이며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환경과 안전 문제 등으로 섬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고 내륙에 전력을 역전송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고,해상과 도서지역에서 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내륙으로 공급하거나 국가 간 전력 수출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란 점에서다. 하지만 케이블을 끊지 않고 한 번에 이어서 만들어야 하고,바닷속 환경을 견디면서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과 안전성이 매우 뛰어나야 하며,가설시 기계적 충격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술적 조건으로 인해 국내 기업의 진출이 여의치 않았다.

이번 계약은 국제 해저케이블 입찰에서 국내 업체가 수주한 첫 사례로,국내 자체 기술로 해저케이블 시장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LS전선은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해저케이블의 국산화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5년간 700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저케이블은 케이블 분야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으로 '케이블의 꽃'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프랑스 넥상스,이탈리아 프리시미안,스웨덴 ABB 등 케이블 업계 '빅3'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해왔다. 1997년 완공된 국내 유일의 해저케이블인 전남 해남~제주도 간 송전용 전력망(총연장 101㎞) 프로젝트도 넥상스가 맡았다. LS전선은 작년 4월 강원도 동해시 송정산업단지 내 24만8000㎡ 부지에 총 1300억원을 투자,해저케이블 공장을 착공했다. 공장이 완공되는 오는 5월부터 해저케이블을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2007년 개발에 성공한 180㎸ 및 250㎸급 송전용 케이블뿐만 아니라 22.9㎸급 배전용 해저케이블을 추가로 개발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충할 계획이다.

손종호 LS전선 사장은 "이번 사업수주는 세계 해저케이블 시장에 형성돼 있던 유럽 업체들 중심의 독과점 체제를 깨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해저케이블 사업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투자와 기술 개발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