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항만르포] 부산항은 빈 컨테이너 야적장…공터에도 수천개 쌓여

물동량 첫 3개월 연속 감소 … 하역업체는 감원 칼바람
인천항 장치율도 50% 줄어

"부두가 문을 연 지 20년 가까이 되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입니다. 작년 12월 바닥을 쳤다고 봤는데 올 들어선 물동량 감소세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어요. "5일 오후 2시 국내 최대의 컨테이너 처리장인 부산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에서 만난 부두운영사의 한 직원은 "2월에도 예년에 비해 12% 정도인 3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정도 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항만운영업체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신선대 부두엔 빈 컨테이너의 비중이 평소 35%선에서 50% 수준으로 급증했다. 컨테이너 2개 중 1개는 실을 화물이 없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부두 한쪽에는 빈 컨테이너 2000여개가 쌓여 있고 하역업체와 운송업체들은 보관료가 싼 부두 밖 공터에 빈 컨테이너를 대량으로 적재하고 있다. 부두와 멀리 떨어진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와 해운대구 석대동,경남 양산 등지의 공터에는 어김없이 수백 개의 빈 컨테이너가 쌓여 있을 정도다. 신선대 터미널의 사정은 그나마 부산항의 다른 터미널에 비해 나은 편이다. 전국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처리하는 부산항 전체를 볼 때 지난 1월 수출입 화물은 46만TEU로 전년 같은 기간(60만8995TEU)보다 24.5%나 줄었다. 문제는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6월 화물연대파업 때를 제외하곤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하던 부산항 수출입 화물은 11월 처음으로 9.6% 감소한 데 이어 12월에도 19%나 뚝 떨어졌다. 3개월 연속 감소세는 부산항 물동량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처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일반화물보다 2.5배 부가가치가 높은 환적화물(국내에 반입되지 않고 부두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겨싣는 화물)도 증가세에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1월 환적화물 처리량은 42만2000TEU에 그쳤다. 이는 작년 1월 46만5778TEU보다 9.4% 감소한 것.

일감은 크게 줄고 있는 데 반해 화물처리 능력은 증가해 부두 운영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올 연말까지 부산 신항에 무려 17개 선석(배가 접안하는 자리)이 새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부두임차료 덤핑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부두 운영사들은 직원들에게 조기퇴직과 권고사직 등을 권유하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항만 관계자들은 "올해는 부산항 물동량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항만공급과잉 상황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부두운영사의 부도로 인해 전국의 항만이 마비사태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인천항 울산항 광양항 등 다른 수출입 항만의 사정도 부산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오후 3시 인천시 중구 항동 선광컨테이너부두 야적장.평소 같으면 5단 이상 높이로 꽉 차있던 야적장은 곳곳이 텅텅 비어 있고 컨테이너가 쌓인 곳도 3~4단 높이로 낮아졌다. 부두 인근 운송회사 주차장에는 일감이 없어 놀리고 있는 컨테이너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SCIT 성호용 운영팀장은 "작년에는 야적장 장치율(화물 적재 비율)이 68% 정도였는데 현재는 32% 정도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전남 광양항도 컨테이너처리량이 지난 1월 11만5000개로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했다. 물량이 줄자 광양항 배후부지 입주예정업체들의 입주 취소문의가 이어지는 등 광양항은 점차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울산항도 작년 10월부터 화물처리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계속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산=김태현/인천=김인완/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