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연봉삭감, 美 이어 유럽ㆍ중국으로 확산

獨, 구제금융 금융사 50만유로로 제한…中 '1위안 CEO'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구제금융으로 연명하는 금융사 경영진이 천문학적 액수의 보너스를 받는 데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고 질타한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 러시아 등도 정부가 직접 연봉 삭감의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은행 경영진의 급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뿐 아니라 제조업체 CEO들도 구제금융을 받는 경우 급여 제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조너선 토드 대변인도 "집행위는 (공적자금을 받은 회사) 경영진의 급여와 상여금에 상한선을 두는 것을 환영한다"며 "회원국별로 자국의 상황에 맞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날 구제금융을 받는 금융회사 고위 경영진의 연봉을 50만달러(약 6억9000만원)로 제한하고 사임할 때 거액의 보상금을 챙기는 관행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은 이미 정부 지원을 받은 은행 최고경영진에 대해 연간 급여를 50만유로(8억8000만원)로 제한하고 상여금과 배당금 지급까지 억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러시아 정부도 조만간 금융사 경영진 급여 상한을 연간 100만달러(14억원) 선으로 제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조치는 금융위기의 발원지인 금융사를 중심으로 위기의 주범이 국민 세금으로 고액 연봉을 챙긴다는 반발 여론에 따른 것이다. AP통신이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116개 은행 임원 연봉을 분석한 결과 CEO들의 평균연봉은 260만달러(36억원)였다. 100억달러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는 5400만달러를 받았고,파산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전 CEO는 2007년에 2200만달러를 챙겼다. 거센 비판 여론 속에 스스로 몸값을 낮추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독일 도이체방크는 경영진 보너스를 60% 삭감하고, 스위스의 크레디트스위스(CS)와 UBS도 각각 50%,80% 줄일 계획이다. 2007년 63만위안(1억2600만원)을 받은 중국의 대표적 중장비업체 산이중공업의 량원진 회장은 이날 올해 연봉으로 1위안(200원)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