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기업대출도 보증한다

공적자금 지원 이어 자금난 해소 특단대책
상장 제조업체 지난해 1조1300억엔 적자
일본 정부가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앞으로 민간 은행이 기업에 빌려준 자금에 대해 일부 상환을 보증하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 기업 자금 조달 지원책을 크게 강화하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8일 보도했다. 은행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공적자금을 투입키로 한 데 이어 은행 대출에까지 상환을 보증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모두 가동하는 셈이다. 이는 주요 기업들의 2008회계연도(2008년 4월~2009년 3월) 결산 시점인 3월 말부터 연간 실적이 공개되는 5월까지 은행들이 대출을 극도로 기피,기업 자금난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6대 은행그룹은 작년 4~12월 중 주가 하락과 부실채권 증가 등으로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9% 줄어든 1350억엔(약 2조250억원)에 그쳐 대출 여력도 축소된 상태다.

일본 정부는 이미 지난달 발표한 기업 자금난 해소 대책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을 통해 해당 기업의 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총 1조5000억엔을 지원해주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시중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해줬다가 손실을 입을 경우 손실의 50~70%를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일시적 자금난에 빠진 기업들이 대상이다.

대기업의 경우는 1조엔 규모의 자금을 일본정책투자은행이나 민간 은행이 싼 이자로 대출해주도록 하고, 정부가 은행 손실의 일부를 보증할 예정이다. 중견 ·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공공기관인 중소기업기반정비기구를 통해 대출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앞서 은행뿐 아니라 일반 기업에도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다음 달 시행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전문업체인 엘피다는 400억~450억엔의 증자를 추진하면서 이가운데 일부를 공적자금으로 지원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닛산자동차 미쓰비시자동차 이스즈자동차 등은 일본정책투자은행에 저리 긴급대출 신청을 고려 중이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 상장 제조업체 588개사의 2008회계연도 결산 전망을 분석한 결과 1조1299억엔의 순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상장 제조기업이 연간으로 최종 적자를 내기는 연결결산 방식이 도입된 1999회계연도 이후 처음이다.

비제조업을 포함한 전 산업의 연결결산에선 총매출이 전년에 비해 6% 감소하고,경상이익은 62%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급감과 엔고,주가 하락 등이 주원인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