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매거진0100] 패션, 체질 바꾼다

얼마전 행해진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어려울 때 생활비 가운데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게 되는 것이 의류비로 나타났습니다. 외환위기 시절보다 어렵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데요, 조용하지만 역동적으로 변화를 모색중인 국내 패션산업을 유주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1. 인파가 북적이는 명동 거리. 경기 불황을 실감케 하는 세일 간판이 눈에 띕니다. 저렇게 팔아 남을까 싶을 정도의 가격인하 폭이지만 소비자들에겐 경기 불황의 한 단면으로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집니다. 이런 상황은 그대로 패션회사의 실적으로 이어집니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4분기 패션부문의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대규모 발생했으며, LG패션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기업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남성복 전문기업 '트래드클럽'이 부도사태를 맞았고 남성복 브랜드 '란첸티' 등은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했습니다.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패션산업은 이대로 고사하는 것일까. #2. "업계에서는 오늘의 위기를 이겨내는 기업은 어떠한 고난 속에서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지금의 불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나라 패션산업 규모는 22조원 정도로 지난 2005년 이후 성장세를 지켜오다 지난해, 7% 가량 역신장했습니다. 일부 수출기업을 제외하면 내수에 치우쳐 있어, 해외 유명브랜드 만큼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입니다. 영세한 업체가 너무 많은 것이 경쟁력 부족의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현재 패션협회에 등록된 회원사가 300여군데, 국내 브랜드만 2천여개로 패션산업의 흐름을 주도할만한 기업이 없는 상황입니다. 원자재 수입과 해외소싱 비중이 높아 외부환경에 민감한 구조도 한 몫합니다. 여기에 복잡한 유통과정까지 겹쳐 가격상승을 초래하고 기업 이익이 줄어들게 됩니다. 비용절감 등 근본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를 모색한다면 기업이 탄탄해질뿐 아니라 그 혜택을 소비자들에게 돌릴 수도 있습니다. #3. 최근 들어 의류가격에 대한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신사복의 경우 판매단가에서 원부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하다고 설명합니다. 그 외 제품개발비와 디자인비용 등 인건비 등을 제외한다 해도 유통마진이 절반 이상입니다. 상시 할인제도로 가격표에 적힌 가격에서 20~30% 가량 낮춰 팔다 보니 거품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있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린프라이스로 대표되는 정찰제 도입으로 의류 가격에 대한 신뢰 찾기에 나섰습니다. 김승현 백화점 남성정장 바이어 "그동안 큰폭의 할인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옷값에 대한 불신이 생겨 가격을 낮춰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효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복잡한 유통과정 등 국내 패션산업의 경쟁력을 가로막던 구조적 문제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4. 지난 2005년 런칭한 중저가 브랜드 매장입니다. 일본과 영국, 프랑스, 홍콩 등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이 의류브랜드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홍예린 서울/학생 "아무래도 돈이 없으면 의류소비를 가장 많이 줄이게 되는데 여기는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것 같아서 옷을 샀다." 가격을 낮출 수 있었던 원인은 판매량을 추정해 일괄 생산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 데 있습니다. 김창남 에프알엘코리아 마케팅팀장 "우리는 원자재 생산부터 관리한다. 예를 들어 캐시미어 제품을 준비할 때는 양목장과 처음부터 계약을 맺어 가장 싼 가격에 들여온다. 시즌 6개월 전부터 일괄 생산해 각지에 보낸다. 추가주문도 받지 않는다." 재고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도 나타났습니다. 우진패션비즈는 재고상품을 직매입해 자사아울렛에서 판매하는 회사로 이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1천억원을 올렸습니다. 회사는 부도난 '트래드클럽'과 '칼립소' 등을 인수해 자체 생산과 판매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골치 덩어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입니다. #5. 주로 고급의류를 생산하는 패션대기업들도 불황에 강한 체질로 변하고 있습니다. 김인권 LG패션 홍보팀장 "3년 전부터 소싱 전략을 전담하는 팀을 구성해 해외 능력 있는 공장들을 발굴해 생산하고 있다. 제품 품질은 유지하되 원가를 낮출 수 있었다."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는 색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제일모직과 LG패션 등 기존 남성복 위주의 패션회사들도 여성복 진출에 나서고 있고 유명 드라마에 간접 광고 형태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패션산업은 외환위기 후 최대고비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과 지금의 다른 점은 지속적인 체질개선 노력을 통해 전화위복 기회를 모색중이라는 것입니다." WOW-TV NEWS 유주안입니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