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1월 실적 -17% 쇼크에 "비상경영"

남용 부회장 '3대 전략' 제시
남용 LG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3대 해법을 공개했다. 국내 직원 20%의 보직을 바꾸는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법률 컨설팅 금융 등 불요불급한 서비스 상품 구매를 억제하며,마케팅과 R&D(연구 · 개발)를 위한 지출도 철저히 효율성을 따진 뒤 집행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남 부회장은 "1만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한 일본 경쟁업체가 감원으로 얻게 되는 비용절감 효과를 원화로 따져보니 4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왔다"며 "이와 비슷한 수준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1월 CIS 지역 수요 70% 급감
남 부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CIS(옛 소련) 지역의 제품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급감하는 등 전자제품 관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LG전자도 달러 기준 1월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17%가량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은 환율효과 덕에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지만 이를 '괜찮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며 "환율효과가 사라지기 전에 서둘러 구조조정을 마쳐야 불경기 이후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연간 3조원의 비용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낭비 잡는 '암행어사팀' 조직LG전자는 사상 초유의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회사 경영기조를 '불경기 속 승리'(WIR:Winning In Recession)로 잡고 전사의 비상경영 상황을 점검하는 태스크포스(TF) 조직인 '위기 전시상황실'(Crisis War Room)을 설치했다. 이 조직에 주어진 임무는 △부문별 유휴 인력 재배치 △R&D 효율성 제고 △마케팅 예산 집행 효율화 등이다. 잉여인력이 있는 부서를 찾아 인력을 줄이고 낭비의 여지가 있는 R&D 및 마케팅 예산은 확 줄이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남 부회장은 "각 사업본부와 단위사업부에도 경기침체 극복을 위한 TF 조직을 속속 꾸리고 있다"며 "각 사업부의 생산비용을 줄이고 물류 흐름을 개선하는 것이 부문별 TF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고 해도 R&D와 브랜드,디자인 분야 투자 총액은 오히려 늘려 미래에 대비할 것"이라며 "다만 생산시설의 증설은 가급적 개별 공장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해결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PDP 사업도 더 악화되면 접는다지난해부터 추진했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축 작업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남 부회장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수명이 다하기 전에 없앨 방침"이라며 "신제품 출시를 사실상 중단한 MP3플레이어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모듈 사업의 경우 경기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는 "적자가 나더라도 현금 흐름상 사업을 유지하는 편이 손실이 적어 PDP 모듈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며 "좀 더 지켜본 뒤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신흥시장 프리미엄 소비자 공략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점유율이 낮은 신흥시장의 중산층 이상을 적극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주력 상품인 휴대폰 사업본부는 중국,중동 · 아프리카,CIS,아시아 지역을 타깃으로 삼았다.

남 부회장은 "인도의 경우 상위 30% 시장에서 전체 시장 이윤의 70%가 발생한다"며 "우선 상위 30% 시장을 장악한 뒤 나머지 70%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톱다운' 전략을 펴겠다"고 소개했다. 그는 "신흥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제품 가격을 내릴 계획은 없다"며 "수익이 나지 않는 장사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경쟁업체인 삼성전자와 자주 비교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이기는 회사는 경쟁을 보지 않고 고객을 본다"고 답했다. 그는 "삼성전자 덕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의 전략을 답습할 생각은 없다"며 "고객의 변화를 보고 LG전자 나름의 해법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