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자본시장법 자율규제에 성패달려

윤계섭
저비용 고효율로 공적규제 보완
독립성 키우고 투자자 교육 강화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 오랜 산고(産苦) 끝에 발효됐다. 영국,미국,호주,일본에 이어서 우리도 금융산업의 빅뱅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게 됐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 관련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금융투자업자 간의 겸업금지를 해소하며 금융상품의 개념을 포괄주의로 바꿔주고 금융투자업의 혁신을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성급한 낙관론은 금물이다. 성공에는 많은 변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변수는 증권업협회,선물협회,자산운용협회가 합병해 설립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주도할 자율규제의 성공적 운영이다. 자율규제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공적 규제를 보완해준다. 파생금융상품과 자본시장 관련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함에 따라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한 공적 규제의 한계가 드러났다. 규제대상과 범위가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둘째 규제의 효율성이 높다. 업계 스스로 규제를 하므로 전문성이 높고 업계가 순응하기 쉽다. 업계는 정부보다 시장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유연하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다. 셋째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적다. 공적 규제에 비해서 감시비용과 사고 적발비용이 적게 든다. 규제 비용을 금융업체들이 부담하기 때문에 세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장점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자율규제기관을 설립해서 공적 규제기관을 보완해 왔다. 영국은 2000년 금융서비스 시장법에 따라 금융산업감독청(FSA)을 강화시켰다. 일본은 2006년 금융상품거래법에 의해서 일본증권업협회와 금융상품거래소에 자율규제 업무를 맡겼다. 미국 증권업협회와 증권거래소는 2007년 양 기관의 규제기능을 통합해서 금융산업 규제기구(FINRA)를 발족시켜 자율규제를 단순화하고 강화시켰다.

그러나 자율규제에는 내재적인 결점들이 있다. 업계의 이익을 위해서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조치를 할 수 있다. 참여 업계 간의 이해가 상충할 가능성도 크다. 이로 인해 자율규제기구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규제기구의 집행능력이 부족해져서 금융 시장 전체의 불안정을 가져올 위험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자율규제위원회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위원 선임 시부터 업계와 독립적인 전문가를 영입하고 규제 실적을 평가하는 등 운영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효과적인 사후 감독제도가 요구된다. 자율적인 사전규제로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한편 문제가 생길 경우에는 신속하고 강력한 공적 기관의 개입이 요구된다. 기업이 주도하는 사전규제와 정부가 주도하는 사후감독이 균형있게 조화되어야 한다.

셋째 투자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 교육은 시장을 중심으로 한 실무적인 교육으로,이를 통해 투자자 수준을 높여야 한다. 자본시장법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투자 환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투자자 자신을 보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의 지적과 같이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금융위기는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왔다. 위기 뒤에는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비하고 금융산업의 체질을 개선한 국가와 기업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곤 했다.

그렇기에 미국발(發) 세계적 금융위기는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속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 법규의 정비로 이번 위기 뒤에는 우리 금융업체들도 외국의 선발 업체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기 바란다. 자본시장법을 효율적으로 운용한다면 우리 자본시장을 도약하게 만드는 지렛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