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사 경쟁에 LPGA 중계권료 '폭등'

J골프 연간 400만弗이상 제시하자
14년간 독점한 SBS도 가격 올려
골프전문 케이블방송인 SBS골프채널과 J골프가 미국 LPGA투어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계권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아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골프전문지인 골프다이제스트의 칼럼리스트인 론 시락은 "J골프가 중계권료로 매년 400만달러 이상씩을 제시했다"면서 "1994년부터 올해까지 14년 동안 LPGA투어 중계를 맡아온 SBS도 225만달러보다 33.3% 인상된 300만달러를 제시했다가 J골프가 중계권 경쟁에 뛰어 들자 황급히 400만달러로 올린 수정안을 내놨다"고 전했다. J골프의 모회사인 중앙일보사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액수가 노출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단순히 중계권료만이 아니라 다양한 협상 내용이 들어가 있어 액수가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미디어넷 홍성완 사장은 하와이 현지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J골프가 턱없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통에 출혈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그동안 LPGA투어를 독점 중계하는 조건으로 중계권료 외에 SBS오픈이라는 정규 대회 1개를 주최해왔다. SBS오픈은 총상금이 120만달러이고 경비까지 포함하면 300만~400만달러가 들어간다. 올해 500만~600만달러를 사용해야 하는 셈이다.

내년에는 중계권료가 400만달러 이상이 될 경우 방송사는 총 800만달러가 넘는 거액을 미국LPGA 측에 지불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LPGA투어 중계권료는 1994년 SBS가 연간 6만달러라는 싼값을 주고 확보했으나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계속 상승해왔다. 골프계에서는 미국 LPGA가 경제 위기 여파로 골프대회 축소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방송사가 '봉'역할을 하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는 캐롤린 비벤스 LPGA투어 커미셔너가 지나치게 눈앞에 이익을 좇느라 방송,스폰서 등 협력 기업들과 신뢰 관계를 너무 경시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