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4분기 적자…지주사 3조2000억 자본확충 요청

지난해 5개은행 성적표
작년 한 해 동안 은행들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크게 뒷걸음질쳤다. 전년도에 비해 주요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이 반토막났고 연체율은 최대 2.5배 늘었다. 우리은행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2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2% 감소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는 흑자를 냈으나 4분기에 무려 69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1조원 이상 손실을 입었고 각종 여신부실로 1조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태산LCD 관련 손실로 작년 3분기에 적자를 냈던 하나은행은 4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연간 기준으로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54% 줄어든 4744억원에 그쳤다. 기업은행 역시 2007년보다 34% 적은 7670억원의 순익을 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45% 줄었고 신한은행도 29% 감소했다.



은행들의 수익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낮아졌다. 우리은행의 작년 말 NIM은 2.24%로 1년 전에 비해 0.21%포인트 떨어졌고 신한은행은 0.14%포인트 하락했다. 김은갑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작년 12월부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급락해 은행들의 NIM이 앞으로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인 연체율은 급등하는 추세다. 연체율이 올라가면 이자 수입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작년 말 우리은행의 연체율은 0.96%로 전년 대비 0.40%포인트 올랐고 기업은행의 연체율은 0.85%로 1년 전에 비해 0.51%포인트나 치솟았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연체율 상승폭은 0.1%포인트 이하로 그런대로 양호한 편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기본자본(Tier1)비율은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9.98%로 5개 은행 중 가장 높았다. 후순위채 등 보완자본을 합친 자기자본비율은 신한은행(13.42%)이 가장 높았다. 하나은행은 전년 말에 비해 기본자본비율과 자기자본비율을 각각 1.5%포인트 정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은행의 자본을 확충하느라 모그룹인 금융지주사들이 회사채 등을 발행한 탓에 금융지주사의 재무건전성이 다소 취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임시방편으로 자기자본비율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