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스포츠 비즈니스] 주머니 얇아진 스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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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메이저리그 라미네즈, 구단 못찾아지난달 말 막을 내린 2009 호주 오픈테니스 대회에서 여자 단 · 복식을 우승한 세레나 윌리엄스는 아메리칸 어패럴에서 만든 12달러짜리 가방을 메고 경기장에 나왔다.
우즈, GM 800만弗 후원 중단
당시 호주오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오르며 생애 통산 2350만달러의 상금을 획득한 세레나 윌리엄스가 이용하기에는 너무 싼 가방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에 대해 윌리엄스는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엔 절약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불황을 맞아 기업들이 후원을 줄이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도 지출을 줄이면서 스포츠 스타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스포츠 시장의 특성상 장기 계약을 주로 맺어왔기 때문에 당장 큰 손실은 없지만 경기침체가 본격화한 지난해 말부터 스포츠 스타에게도 그 여파가 서서히 미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재계약 시장이 한파를 맞았다. 톱클래스 장타자로 손꼽히는 매니 라미레즈는 지난해 11월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시장에 나왔지만 아직도 보금자리를 찾지 못했다.
최고 인기팀인 보스턴 레드삭스를 우승시키고 지난해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이적한 라미레즈는 꿈의 타율 4할에 가까운 0.396과 17홈런이라는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하지만 이런 그도 경기침체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라미레즈는 현재 소속팀인 다저스에 연간 2500만달러에 4~5년간 장기계약을 요구했지만 구단은 이를 거절했다. 구단은 2년간 4500만달러를 제시했다. 요즘같은 경기침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고령(36세)인 라미레즈에게 그렇게 장기간에 걸쳐 거금을 투자하는 모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경기침체가 심화된 뒤 처음으로 연봉협상에 나선 MLB에선 FA시장에 나온 171명의 자유계약 선수 중 아직도 75명 이상이 둥지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이맘 때 10여명이 계약을 맺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MLB 각 구단들의 사정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구단들은 장기계약보다는 안전한 단기계약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연봉 제시액을 낮춰잡으며 짠물협상을 하고 있다.
세계 최고 부자 스포츠 스타인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경제 한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생존의 기로에 선 미국의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우즈와의 광고 및 후원 계약을 지난해 말로 끝내버렸다.
우즈는 GM의 '뷰익' 브랜드가 새겨진 골프백 등 골프용품을 9년간 사용하기로 광고 계약을 맺었으며,계약기간은 내년까지였다. GM은 그동안 우즈에게 지급하던 800만달러가량의 후원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수년간 최고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의 프로 스포츠 리그들도 감원에 나섰다. 미국 풋볼리그인 NFL은 전체 사무국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50명을 해고했다. 프로농구 NBA도 80명의 감원을 단행했으며 MLB는 미디어 자회사인 MLB.com의 인력 20명을 줄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