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장관 11년만에 한은 깜짝 방문

"자주 만나 경제위기 해법 찾자"
오랜 겨울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린 13일 오전 7시50분,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허경욱 제1차관을 비롯한 재정부 관료들과 함께 한국은행 정문을 들어섰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 총재실로 향하는 윤 장관의 표정에는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일었다. 재정부 장관이 한은을 공식 방문하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이성태 총재는 비는 맞지 않았느냐며 윤 장관을 반갑게 맞았다. 총재실에서의 만남은 오전 8시부터 8시20분까지로 예정돼 있었다.

7시55분에 방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예정된 시간이 다 됐는데도 나오지 않았다. 배석자 없이 오간 대화에서 간간이 큰 웃음소리가 들렸다.

8시25분,이 총재의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가 "조찬장으로 가실 시간이 됐다"고 하자 "시간이 그렇게 됐나. 주기적으로 만나 현안도 논의하고 재미있는 얘기도 주고받자"는 이 총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윤장관은 "(이 총재와는) 예전부터 오랜 파트너였고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같이 해 나갈 일이 많다"며 "앞으로 상호협조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위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개입 폭과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어느 정도 합의를 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구체적인 연구와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도 "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 검토해 보자"고 답했다.

윤 장관과 이 총재는 또 지난 11일 새벽 인력시장에 다녀온 것과 재래시장 등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윤 장관은 실제 서민들을 만나보고 현장에 가 보니 경제가 정말 어렵더라는 점을 피력했고 이 총재 역시 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고통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참석자들은 윤 장관과 이 총재가 '사적으로,공적으로,주기적으로'만나자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규옥 재정부 대변인은 "부동산 금융 경기 시장상황 정책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이나 금융이 적재적소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유승호/이태명/조귀동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