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아시아 제조업이 위태롭다'

세계 경제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그동안 제조업에 강점을 보여온 터라 제조업 위축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17일 내놓은 '글로벌 제조업 위축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제조업 생산은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비슷한 성장세를 지속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세계 GDP보다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제조업 생산이 세계 전역에서 위축되고 있지만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감소폭이 지난해 4분기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생산 추이를 보면 미국의 경우 지난해 10월 -4.2%, 11월 -5.9%, 12월 -7.8% 등의 감소율을 나타내 비교적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렸다.

반면 대만은 10월 -12.6%, 11월 -28.3%, 12월 -32.4% 등으로 심각한 감소세를 나타냈고, 일본은 10월 -7.1%, 11월 -16.6%, 12월 -20.6% 등이었다. 또 한국의 산업생산도 10월 -2.3%, 11월 -14.0%, 12월 -18.6% 등으로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한국의 지난해 4분기 제조업 증가율은 -9.2%로, 1998년 3분기의 -9.9%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상황을 나타냈다. 지난해 1분기 9.3%, 2분기 8.5%, 3분기 6.3% 등을 나타내다 4분기 들어 수직으로 추락했다.

반면, 지난해 4분기 다른 분야는 제조업만큼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농업·어업·임업 4.3% ▲광업 -4.1% ▲전기·가스·수도업 3.8% ▲건설업 -4.7% ▲도소매·음식숙박업 -3.8% ▲운수·창고·통신업 -1.1% ▲금융보험업 0.4% ▲부동산·사업서비스업 1.4% ▲교육서비스업 1.5% 등의 증가율을 각각 나타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세계적 경기침체가 심화하면서 공산품에 대한 수요부진이 지속되고, 이는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국가들의 성장둔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은 또 미국 등은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으나 아시아 국가들은 아직 구조조정이 뚜렷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향후 인력감축과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제조업은 다른 산업에 대한 연관 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데다 고용에서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분야의 위축은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준다"고 우려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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