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원유… '실물' 펀드 출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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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위험등급 낮춘 전략상품도 쏟아져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출시된 금융투자상품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주식형펀드 대신 금 · 원유 등 실물이나 탄소배출권과 같은 무형의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특히 중간 정도의 투자성향 등급을 받은 투자자가 많은 점을 감안,이들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파생상품의 경우에도 원금 보장을 강화하고 인덱스펀드도 파생상품 투자를 없애 투자 위험도를 낮췄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다양한 상품 출시가 가능해졌고,지난해 주식형 펀드의 손실로 운용사들이 주식 대신 실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어 국내 상품 시장에도 변화가 불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투신운용은 17일 WTI(서부텍사스원유) 선물지수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파생상품' 펀드를 내놨다.
이 펀드는 순자산의 85%를 신용등급 'A-' 이상의 국내 채권에 넣고 나머지 15%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상장한 WTI선물지수에 투자하는 구조다.
삼성투신운용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국내 채권형펀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지만 선물시장의 레버리지를 감안하면 15%의 금액이 순자산의 전부를 투자하는 효과를 내 사실상 투자금 전부를 원유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투신은 이 상품의 투자위험 등급을 초고위험으로 정했다. KTB자산운용도 원유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펀드를 이미 지난 12일 사모로 313억원을 설정해 운용하고 있으며 같은 구조의 공모 펀드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WTI선물지수에 투자하는 미국 내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는 구조의 원유 공모 펀드를 준비 중인데 한 달 후쯤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 약세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려 가격이 꿈틀대자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금융투자상품도 잇따라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부터 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기 1년짜리 파생결합증권(DLS)을 100억원 한도로 판매하는 것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도 금이 기초자산인 ETF를 편입하는 금 투자 재간접펀드를 금융감독원에 신청서를 내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투신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역시 금 관련 ETF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 국내에서 처음으로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공모한 DLS에는 20억원이 모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ELS도 최근 공모하면 실제로 들어오는 돈은 5억원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20억원이면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금융투자회사들도 고객을 잡기 위해 상품의 투자위험 등급을 낮추는 등 새로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파생상품인 금 관련 DLS의 투자위험 등급을 중위험으로 설계했다. 채권혼합형펀드와 동급이다. 런던 금시장의 가격을 기준으로 수익률이 정해지며 최대 68%의 수익이 가능하지만 원금은 90%까지 보장되는 구조로 만들었다.
이에 앞서 삼성투신운용 KB자산운용 동양투신운용 등은 자통법 시행(4일) 직전인 지난 2~3일 파생상품 투자를 빼 위험을 줄인 인덱스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인덱스펀드는 순자산의 일부를 선물과 옵션에 투자한다는 이유로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됐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