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신뢰성 잃은 학력평가 공개

이상은 사회부 기자 selee@hankyung.com
'전국 1등'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로 주목을 받았던 전북 임실교육청의 학업 성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 저녁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장위현 임실교육장은 "급하게 도교육청에 보고 시간을 맞추느라 성적 일부가 누락된 것 같다"며 "고의적으로 누락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시험을 본 임실 지역 초등 6학년생은 모두 250명이다. 불과 200여명이 시험을 본 것을 감안하면 고의적이지 않았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일로 인해 교육과학기술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는 공신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다른 지역의 신뢰도도 보장받지 못하게 됐고,이 결과를 바탕으로 추진하려던 교장 · 교감 평가제나 교원평가제도 명분이 서지 않게 됐다. "원자료를 학자들에게 모두 공개해 분석하고 학력 격차의 원인을 해소하도록 하겠다"던 교과부의 구상도 얼마나 실현될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졌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지나친 학력 경쟁을 불러올 것이라는 비판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결국 모두가 상처만 받고 끝난 셈이다.

이번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발표는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의 전환점이 될 수 있었다. 발표 후 불과 하루 이틀 만에 각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그동안 '교육 소외계층'이었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에 대한 강력한 지원 정책을 쏟아냈다.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사실상 성적이 우수한 학생,부유한 학생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적지 않았다. 이번 임실교육청의 조작사건으로 인해 학력이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한 정책이 후퇴해서는 곤란하다.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내년에는 보다 엄정하게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평가 결과를 교장 · 교감 · 교사에 대한 평가와 연계하기 위해서는 학력 부풀리기 의혹을 철저히 차단하고 신뢰도를 확보하는 대책이 시급하다.

또 내년부터는 사교육을 받는지 여부,학교 규모,학급당 학생 수,부모의 경제력,원어민 교사 활용 정도,방과후 학교 실시 수준 등 주요 변수에 대한 학생별 · 학교별 데이터를 수집해 정확한 학력 격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