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1천명 채용ㆍ中企 구직난 해소 '포석'

● '神의 직장' 공기업 초임 최대 30% 삭감
기존 직원은 임금 유지 조직내 갈등 우려
공기업 대졸 신입사원 초임 삭감을 통해 '잡 셰어링'을 확산시키기 위한 정부의 가이드 라인이 나왔다. 연봉 2000만원 이상인 공기업들의 대졸 초임 수준을 최대 30% 낮추고 임금 삭감을 통해 마련된 재원으로 청년인턴 채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공기업에는 대졸자가 대거 몰리는 반면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리는 고용시장의 '미스매치'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기관이 얼마나 깎이나이번 대졸 초임 삭감 권고 대상은 전체 297개 공기업 중 작년 기준으로 대졸 초임이 2000만원이 넘는 116곳이다. 공기업 24곳과 준정부기관 80곳을 비롯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투자공사 등 임금 수준이 높은 금융공기업 등 기타 공공기관 12곳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공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181개 공기업에 대해서도 향후 실태 조사를 벌여 초임 삭감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공기업별 초임 삭감률은 연봉 수준에 따라 1~30%까지 차등 적용된다. 초임이 3500만원 이상이면 20~30%를 깎고 △3000만~3500만원 15~20% △2500만~3000만원 10~15% △2000만~2500만원은 10% 이하씩 낮춘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수출보험공사 등 초임이 3500만원이 넘는 공기업은 1000만원 이상 삭감되고 방송광고공사 인천항만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초임이 3000만~3500만원인 곳은 최소 450만원,최대 700만원가량 임금이 깎일 전망이다.

정부는 다만 이번 초임 삭감 권고를 올해 채용하는 대졸 신입사원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직원들의 임금을 조정하는 것은 노사 합의 사항이기 때문에 소급 적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대 효과는

정부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는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는 대졸 초임 삭감에서 나온 재원을 활용하면 116개 공기업에서 연간 600명의 인턴을 추가 채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297개 공기업 전체로 확대할 경우에는 인턴 채용 규모가 10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으로 민간 기업과의 임금 격차에서 비롯된 인력시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그동안 민간 기업에 비해 임금 수준이 높다 보니 공기업에는 대졸자가 대거 몰리지만 중소기업은 구직난에 시달리는 문제가 있어왔는데,앞으로는 이 같은 인력 편중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문제는 없나

하지만 이번 가이드라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부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기존 사원의 임금 수준은 그대로 유지한 채 올해부터 입사하는 신입사원은 임금을 깎아 차장이나 부장 등 간부가 될 때까지 계속 적용하기로 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직원과 올해 신입사원 간 임금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같은 공기업일지라도 업종에 따른 임금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민간 금융회사와 비교할 때 임금 수준이 높지 않은 편인데 이번 임금 삭감으로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 우수 인력이 공기업에 오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