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치주질환이 당뇨·고혈압·심장병 부른다

씹지 못해 영양불균형 초래…혈당조절 실패로 합병증
치과환자 3명 중 1명 만성질환…1년에 3~4번 검진 받아야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뇌졸중 등 만성질환을 갖고 있으면 대부분 출혈이나 쇼크 등의 위험이 걱정돼 치과 치료를 꺼리거나 미루게 된다. 그렇다고 치과질환을 방치하면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음식물 섭취 제약으로 영양불균형이 초래되고 혈당이나 혈압 관리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면 그 자체가 각종 치과질환을 유발 또는 악화시키므로 양자는 서로 갈라놓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성인 3명 중 1명꼴로 고혈압을 앓고 있다. 당뇨병은 머지않아 10명 중 1명꼴로 늘어나 500만여명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사망원인 2,3위를 차지한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도 고령화와 생활방식의 서구화로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 실제 강남세브란스 치과전문병원에서 지난해 치주과를 방문한 환자 19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5%인 683명의 환자가 고혈압 당뇨병 뇌경색 심혈관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환자 3명 중 1명 이상이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당뇨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치주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가량 더 높다. 당뇨가 있으면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미세혈관 합병증이 유발돼 치주염이 생길 수 있다. 치주낭에 존재하는 세균과 이것이 만든 부산물들이 약해진 치주조직을 통해 혈액이나 조직으로 퍼지면 균혈증이나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P)는 당뇨가 있으면 치아가 손실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1.46배 높다고 밝혔다.

치주질환이 심근경색 등 심장혈관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도 많은 역학조사에서 증명되고 있다. 치주질환의 원인인 잇몸의 박테리아가 심장관상동맥으로 옮아가 혈전이나 염증물질을 만들어 심장혈관 건강을 크게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2007년 영국과 미국의 연구팀이 치주염을 앓고 있는 중년 환자 120명을 조사한 결과 혈관 속 염증물질의 지표(E-selectine)가 그렇지 않은 사람의 평균치에 비해 최고 15%나 높은 것으로 확인됐고 혈관의 유연성도 떨어져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람보다 심장관상동맥 질환에 걸릴 위험이 약 2배 높다는 보고도 있다.

고혈압은 당뇨병 심근경색의 발병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혈압강하제 장기복용에 따른 구강건조증을 초래한다. 타액은 입 안의 적정 산도를 유지하고 세균의 독성성분을 중화시켜 치주질환이나 충치를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구강건조증으로 침이 마르면 그만큼 치주질환이나 충치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는 치과질환 예방 차원에서 일반인보다 더 자주(1년에 서너 번)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 정기검진을 게을리할 경우 만성질환이 더 빨리 진행되거나 중증으로 악화된다. 예컨대 당뇨병 환자가 치주질환이나 충치,치아결손을 방치하면 현미나 거칠고 질긴 야채,견과류 등을 제대로 씹지 못해 식사요법에 실패하기 쉽다. 이 경우 소화불량,영양불균형에 이어 혈당조절 실패가 나타나고 심지어 다른 당뇨합병증까지 초래될 수 있다. 특히 당뇨는 일반인에 비해 일단 치아 소실이 시작되면 단시간 내에 많은 치아가 빠지는 특성을 보인다.

만성질환자는 최소 출혈,최소 발치(이를 뽑음),최소 통증,최소 마취,최소 진료시간 등의 기준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출혈과 발치를 최소화해야 쇼크 등 위험요인을 예방하고 세균에 의한 감염을 줄일 수 있다. 치료시간과 통증을 줄여야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를 덜 수 있다.

무리한 치료로 스트레스를 받아 혈압이나 혈당이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치료 중 흔히 사용되는 국소마취제는 혈압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는 혈압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치료받는 게 바람직하다. 당뇨 환자는 혈당관리가 가장 잘 되는 오전에 치료받되 저혈당으로 인한 쇼크방지를 위해 아침식사 후 당뇨약을 복용해야 한다. 치과치료는 가급적 오전에 받는 게 좋다. 심리적 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보일 뿐 아니라 사전 처치 및 만약의 응급상황 대처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