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산운용사 '시련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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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펀드 환매 늘어난 탓… 수익성 악화로 인원감축 잇따라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이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자산운용사 수익의 근원인 펀드 순자산이 1년여 사이에 반토막나면서 수입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펀드 비중이 높은 외국계 회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펀드 환매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더 많은 타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경우 3차 인원 감축에 돌입한 곳도 나타나고 있다. 2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과 연말 7명의 직원을 내 보낸데 이어 최근 마케팅본부 인력을 주 대상으로 5명의 인원을 추가로 감원했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2007년부터 한국 지점을 맡아온 데이비드 프라우드 대표를 최근 교체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마케팅 부서 인력을 줄였다. 다른 주요 외국계 자산운용사들도 이미 감원에 나섰거나 나설 분위기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다시 감원을 추진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많아 다른 자산운용사의 직원들에게 전화도 맘놓고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본사 차원에서 구조조정 방침이 내려온 데다 해외 펀드의 자금 이탈세가 이어지면서 운용사들의 수익원도 크게 준데 따른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주 수익원인 해외 주식형펀드의 설정 잔액은 작년 7월부터 매달 줄어 들면서 이달 18일까지 6조6256억원이나 감소했다.
여기에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순자산은 더 줄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2007년 12월31일 기준으로 순자산 총액이 3조235억원에서 이달 18일엔 1조3935억원으로 14개월 사이 54%나 급감했다. 슈로더투신운용과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각각 53%,51%씩 순자산이 줄었고 ,도이치자산운용 역시 49% 감소하는 등 대부분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순자산이 반토막이 됐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 통계로 잡히지 않고 있지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일임형 자산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의 순자산이 2조원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전체 순자산이 1조원대라는 것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도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지난해 9월 출범 후 처음으로 '골드만삭스코리아주식형펀드'를 내놓는 등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이 펀드의 지난 18일 기준 순자산은 136억원에 그치고 있다.
채권형펀드 비중이 높은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의 상황은 더 안 좋다. 채권형펀드의 보수가 주식형펀드보다 훨씬 짜 이익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은 전체 순자산에서 주식형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치며,도이치자산운용도 25%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는 대부분 채권형펀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통상 회사와 펀드마다 차이가 있지만 채권형펀드를 운용하면서 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는 펀드 순자산의 0.2% 안팎으로 주식형펀드의 10분의 1 수준"이라며 "기관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경우 보수는 절반가량인 0.1%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채권형펀드 비중이 높으면 전체 순자산이 많아도 자산운용사가 챙기는 수익은 극히 적다는 얘기다.
김재후/서정환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