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온 클린턴 "보호주의 유혹 뿌리쳐야" "오바마에 전하겠다"

청와대서 李대통령과 오찬 … 이대특강 예정시간 넘기며 '열변'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미국 국무장관으로는 처음 한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20일 추운 날씨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면담과 오찬에서 한 · 미 동맹,경제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이슈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한 · 미 동맹은 혈맹'임을 강조했고 클린턴 장관은 "한 · 미동맹은 흔들리지 않을 것(Unshakable)"이라고 화답했다. ◆대통령 오찬

오찬은 청와대 내 상춘재에서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에 빠지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말했고 클린턴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 조치가 세계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의 생각을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들에게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군사력 등 '하드 파워'와 외교 · 문화적 접근 등 '소프트 파워'를 접목시킨 클린턴 장관의 '스마트 파워' 외교를 "시대에 맞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국 시민들이 환대해 주고 신문에도 크게 나와서 깜짝 놀랐다.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찬 메뉴로 올라 온 김치를 놓고도 한동안 대화가 오갔다. 이 대통령이 "김치는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건강에도 좋은 한국 전통 음식"이라고 소개하자 클린턴 장관은 "나도 다이어트에 좋은 건강식으로 알고 있다. '매직 푸드(Magic food)"라고 화답했다.

◆연합사 방문

클린턴 장관은 앞서 한 · 미 연합사령부를 찾았다.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붉은색 재킷에 검정 롱코트 차림의 클린턴 장관은 철통경호 속에 차량에서 내려 미리 대기 중이던 연합사의 월터 샤프 사령관 및 이성출 부사령관과 환한 얼굴로 악수를 나눴다. 그가 탑승한 차량 앞뒤로 미 국무부는 물론 청와대 경호차량 등 모두 12대의 차량이 에워싸 '국빈급' 경호를 방불케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구급차와 셰퍼드 군견까지 동원돼 폭발물 탐지작업을 진행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어진 한 · 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클린턴 장관은 "눈이 온 것이 좋은 징조인가요"라고 물은 뒤 "그렇다면 내가 온 덕분이라고 믿겠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화여대 방문

이화여대 방문에서는 클린턴 장관이 '명예 이화인'으로 선정됐다. 그는 당초 예상시간보다 30분이나 길어진 특별강연에서 "방한 중에 젊고 유능한 여성 인재들을 많이 발견했다"면서 "이들 중에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대학생들의 질문 시간에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냐'는 한 학생의 질문에 그는 "사랑은 평생토록 이어지는 '배경음악(백뮤직)'과 같은 것"이라고 답해 폭소를 터뜨렸다. 또 가정과 일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에는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며 "어머니가 되는 것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구동회/홍영식/성선화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