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아침] 씨티그룹 국유화 …정부 결단만 남아

미국 정부는 ‘은행 국유화’에 신중한 입장이지만 실제로는 씨티그룹 등 대형 부실은행의 국유화가 가시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정부가 씨티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거나 보통주 전환 우선주로 바꾸겠다고 계약서를 다시 쓰면 사실상 국유화되는 것입니다.절차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많이 걸릴 이유도 없습니다.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도 사실상 국유화됐고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도 미국 정부 소유입니다.

부실자산 구제프로그램(TARP)에서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은행들은 정부와 자본 유치를 계약을 맺을 때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 조건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때문에 미 연방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씨티를 국유화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국유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미국정부는 상황 전개를 지켜보며 고민하고 있는 모습입니다.씨티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주면 공적자금을 받은 다른 은행들도 비슷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차피 민간에서 자본 확충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우산아래서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고육책의 일환입니다.또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자본 구조가 좋아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파산 우려로 인한 무더기 예금 인출 사태(뱅크런)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하지만 정부가 우선주를 현재 주가를 반영해 보통주로 전환하면 주식 수가 그만큼 늘어나 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기존 주주들이 피해를 보게 되면 앞으로 상당 기간 민간 자본이 은행에 투자하길 꺼리게 될 것입니다.은행 전체 금융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입장입니다.

이날 미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 5개 감독기관이 금융사가 민간 영역에서 운영될 때 경제가 더 잘 기능할 수 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같은 취지로 보입니다.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부실은행에 대한 소유권을 갖되 운영을 민간에 맡기고 기존주주들의 권리를 어느 정도 보호하는 방식으로 은행 국유화 문제를 다뤄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 정부 협의 파산 카드로 노조 채권단 양보 압박미국 정부에겐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미국 차 메이커에 대한 지원도 은행 국유화 만큼이나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입니다.여러가지 안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는 GM의 파산 신청으로 대규모 해고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하지만 깨진독에 물 붓듯 계속 세금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질서있는 협의 파산을 검토하게 된 것입니다.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되 미리 자금계획을 세워 파산 상태에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여러가지 방안 중 하나지만 전미자동차노조(UAW)와 기존 채권단이 끝까지 양보를 하지 않으면 이런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압박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렇게 지원되는 자금은 다른 채권보다 선순위 지위를 확보하게 돼 납세자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협의 파산을 결정하면 GM과 맺었던 모든 계약이 무효화될 수 있습니다.노조와 채권단으로선 상당한 타격을 보게 되는 만큼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정부를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의 양보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실제로 이날 포드자동차가 전미자동차노조(UAW)로부터 퇴직자의료보험기금(VEBA)에 대한 회사측의 부담을 덜어주는 양보를 얻어냈습니다.GM과의 협상에서도 노조가 양보를 하면 GM은 추자 자금을 지원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게 됩니다.현재 134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GM은 166억 달러를 추가로 도와줄 것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