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5개월만에 코스닥1위 키운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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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신도시에 자리한 셀트리온 본사 건물. 이 회사 1층에 들어서자 마자 화환이 즐비했다.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사가 보낸 것으로 '코스닥 시가총액 1위'를 축하한다는 꽃바구니와 부케들이었다.
셀트리온은 외국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단백질의약품을 생산하는 CMO(의약품 생산대행)업체다. 기자가 이 회사를 찾은 때는 코스닥 시총 1위에 오른 다음날인 지난 19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2)의 사무실이 있는 3층에 들어서자 역시 축하메시지를 담은 화사한 축하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 분당서 전세사는 코스닥 대장주 오너
코스닥 대장주가 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서 회장은 앞 일이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상장이후 기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많은 분들이 축하도 해주고 화환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멉니다."코스닥 대장주의 최대주주로서 돈도 많이 벌었으니 이제 여유롭게 살 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서 회장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분당에 40평대 아파트에 전세 산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사업을 하면서 돈까지 벌기를 원하는 건 욕심이죠. 돈만을 위해 사업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넘겼을 겁니다.”
그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그 보다 신약을 개발해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셀트리온이 코스닥 대장주가 됨에 따라 서 회장은 이 주식만으로도 5000억원을 번 자산가가 됐다. 셀트리온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5000억원이고 그가 9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넥솔이 셀트리온 주식 33.60%(3590만8211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므로 시가총액의 3분의 1은 서 회장 소유인 셈이다. ◆ 우회상장 5개월여만에 시가총액 1위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코스닥에 상장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장외시장 거래액 기준으로 시가총액 2조원에 달했지만 제도권 정문으로 들어오기는 만만치 않았다. 2006년 코스닥시장에는 생소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2008년 코스피시장에는 과거 매출이 미약했다는 이유로 상장 실패의 좌절을 맛보았다.
서 회장은 결국 지난해 7월말 자신이 갖고 있는 넥솔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 오알켐을 인수한 뒤 그 다음달에 이 회사를 셀트리온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의 길을 택했다.상장한 지 5개월여 만인 지난 18일. 셀트리온은 태웅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코스닥 대장주가 됐다. 제약업종에다가 우회상장 업체로는 처음이다. 제약업종에서 시가총액 1조가 넘는 회사는 코스피시장에서 유한양행, 한미약품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셀트리온의 최근 상승세에 대해 '뒤늦게 빛나는 기업가치', '바이오의 부활' 등의 찬사와 동시에 '테마주의 순환매' 혹은 '과도한 고평가'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런 말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여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정도(正道)만은 걷겠습니다. 앞으로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단백질 의약품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가 저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는 바이오 사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바이오밸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자치도시별로 ‘바이오밸리’를 만들고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바이오밸리’가 되어야 합니다. 셀트리온은 이를 위한 선두이자 초석이 될겁니다."
◆ 미국 체류 10개월여만에 단백질 의약품 시장 뚫어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코스닥 대장주까지 키워 온 길 역시 순탄치 않았다.
"우리 회사 임원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대부분 자녀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아이들을 유치원에도 못 보내는 임원이 있습니다. 심지어 모 임원의 아내는 '파출부'까지 하면서 가정살림을 꾸릴 정도입니다."
그가 셀트리온의 모회사인 넥솔을 창립한 것은 2000년이다. 대우자동차 임원직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려 사업 아이템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볐다. 교사인 아내와 두 아들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열정 하나로 세계 시장을 뚫기에 여념 없었다.
서 회장은 미국 바이오산업의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10개월 남짓 머물며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의 생산 장소를 물색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는 제넨텍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합법적으로 넘겨받아, 셀트리온을 세웠다. 이 때부터 셀트리온은 단백질의약품을 계약 생산하는 일명 CMO회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5년 다국적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호주의 CLSA,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 등과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장기공급계약을 맺게 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스위스의 론자(Lonza)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CMO 생산설비를 보유하게 됐다.
◆ 의약품생산대행에서 신약개발 분야로 도전
서 회장의 목표는 셀트리온을 세계적인 CMO업체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궁극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만들 수 있는 의약품으로 ‘바이오 복제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10개의 단백질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중 7개 제품은 2011년 세계 주요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은 1년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는 이달 초부터 셀트리온의 국내 독점판매권과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코디너스의 경영까지 위탁받았다.
코디너스가 대주주겸 대표의 횡령 등으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경영정상화의 임무를 서 회장에게 맡긴 것. 이에 대한 대가로 그가 받는 연봉은 단돈 1달러다. 동종업계를 위해서 자원봉사 하는 셈이다.
“나를 버리고 ‘우리’ 가 돼서 똘똘 뭉친다면 못 넘을 장애물이 없습니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같이 나아가야 합니다.”
셀트리온은 일감이 많은 회사다. 선주문으로 이미 확정된 올해 매출액만도 전년대비 70% 성장한 1405억원. 영업이익도 70%가량 증가한 551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저희가 계획했던 실적목표치를 매 분기마다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미국 출장을 가야 한다며 기자와 함께 바쁘게 회사를 나선 서 회장의 모습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셀트리온은 외국제약사의 의뢰를 받아 단백질의약품을 생산하는 CMO(의약품 생산대행)업체다. 기자가 이 회사를 찾은 때는 코스닥 시총 1위에 오른 다음날인 지난 19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52)의 사무실이 있는 3층에 들어서자 역시 축하메시지를 담은 화사한 축하 화환들이 눈에 띄었다. ◆ 분당서 전세사는 코스닥 대장주 오너
코스닥 대장주가 된 소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서 회장은 앞 일이 더 걱정된다고 답했다.
"상장이후 기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고생했다고 많은 분들이 축하도 해주고 화환도 보내주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가야할 길이 더 멉니다."코스닥 대장주의 최대주주로서 돈도 많이 벌었으니 이제 여유롭게 살 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서 회장은 의외의 대답을 내놓았다.
"제가 분당에 40평대 아파트에 전세 산다고 하면 누가 믿겠어요? 사업을 하면서 돈까지 벌기를 원하는 건 욕심이죠. 돈만을 위해 사업한다면 지금이라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넘겼을 겁니다.”
그는 돈을 벌기는 했지만 그 보다 신약을 개발해 사업을 더 키우겠다는 욕심을 내비쳤다. 셀트리온이 코스닥 대장주가 됨에 따라 서 회장은 이 주식만으로도 5000억원을 번 자산가가 됐다. 셀트리온의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5000억원이고 그가 9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넥솔이 셀트리온 주식 33.60%(3590만8211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이므로 시가총액의 3분의 1은 서 회장 소유인 셈이다. ◆ 우회상장 5개월여만에 시가총액 1위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코스닥에 상장한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당시 장외시장 거래액 기준으로 시가총액 2조원에 달했지만 제도권 정문으로 들어오기는 만만치 않았다. 2006년 코스닥시장에는 생소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2008년 코스피시장에는 과거 매출이 미약했다는 이유로 상장 실패의 좌절을 맛보았다.
서 회장은 결국 지난해 7월말 자신이 갖고 있는 넥솔을 통해 코스닥 상장사 오알켐을 인수한 뒤 그 다음달에 이 회사를 셀트리온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의 길을 택했다.상장한 지 5개월여 만인 지난 18일. 셀트리온은 태웅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로 코스닥 대장주가 됐다. 제약업종에다가 우회상장 업체로는 처음이다. 제약업종에서 시가총액 1조가 넘는 회사는 코스피시장에서 유한양행, 한미약품 정도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셀트리온의 최근 상승세에 대해 '뒤늦게 빛나는 기업가치', '바이오의 부활' 등의 찬사와 동시에 '테마주의 순환매' 혹은 '과도한 고평가'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그런 말에는 개의치 않습니다. 여태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정도(正道)만은 걷겠습니다. 앞으로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단백질 의약품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가 저에게는 더욱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는 바이오 사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를 '바이오밸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 자치도시별로 ‘바이오밸리’를 만들고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가 ‘바이오밸리’가 되어야 합니다. 셀트리온은 이를 위한 선두이자 초석이 될겁니다."
◆ 미국 체류 10개월여만에 단백질 의약품 시장 뚫어
서 회장이 셀트리온을 코스닥 대장주까지 키워 온 길 역시 순탄치 않았다.
"우리 회사 임원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대부분 자녀들이 어렸을 때 유치원을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아이들을 유치원에도 못 보내는 임원이 있습니다. 심지어 모 임원의 아내는 '파출부'까지 하면서 가정살림을 꾸릴 정도입니다."
그가 셀트리온의 모회사인 넥솔을 창립한 것은 2000년이다. 대우자동차 임원직을 그만두고 회사를 차려 사업 아이템을 찾아 세계 곳곳을 누볐다. 교사인 아내와 두 아들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열정 하나로 세계 시장을 뚫기에 여념 없었다.
서 회장은 미국 바이오산업의 중심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 10개월 남짓 머물며 아이템을 찾았다. 그러던 중 '제넨텍이 에이즈 백신의 생산 장소를 물색중'이라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그는 제넨텍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을 합법적으로 넘겨받아, 셀트리온을 세웠다. 이 때부터 셀트리온은 단백질의약품을 계약 생산하는 일명 CMO회사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5년 다국적제약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사와 장기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호주의 CLSA, 프랑스의 사노피아벤티스 등과 바이오 의약품 생산을 위한 장기공급계약을 맺게 된다. 셀트리온은 현재 독일의 베링거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스위스의 론자(Lonza)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의 CMO 생산설비를 보유하게 됐다.
◆ 의약품생산대행에서 신약개발 분야로 도전
서 회장의 목표는 셀트리온을 세계적인 CMO업체로 키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의 궁극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바이오 시밀러’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기간이 끝난 뒤 만들 수 있는 의약품으로 ‘바이오 복제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10개의 단백질의약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중 7개 제품은 2011년 세계 주요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서 회장은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지금도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기간은 1년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는 이달 초부터 셀트리온의 국내 독점판매권과 유통권을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코디너스의 경영까지 위탁받았다.
코디너스가 대주주겸 대표의 횡령 등으로 경영난이 심해지자 경영정상화의 임무를 서 회장에게 맡긴 것. 이에 대한 대가로 그가 받는 연봉은 단돈 1달러다. 동종업계를 위해서 자원봉사 하는 셈이다.
“나를 버리고 ‘우리’ 가 돼서 똘똘 뭉친다면 못 넘을 장애물이 없습니다. 한국의 바이오 산업은 같이 나아가야 합니다.”
셀트리온은 일감이 많은 회사다. 선주문으로 이미 확정된 올해 매출액만도 전년대비 70% 성장한 1405억원. 영업이익도 70%가량 증가한 551억원이 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저희가 계획했던 실적목표치를 매 분기마다 경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입니다.”미국 출장을 가야 한다며 기자와 함께 바쁘게 회사를 나선 서 회장의 모습에서 한국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