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CEO의 숙제

구자균 LS산전 CEO jkkoo@lsis.biz
미국에서 촉발된 세계 경기침체가 우리에게도 어느덧 현실로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 '마이너스 성장''취업전쟁''일자리 나누기 캠페인''임금 동결''마른 수건도 다시 짜라''위기경영' 등 불황을 상징하는 단어들이 매일 언론을 타고 있다. 물론 필자 회사도 예외 없이 현 상황을 위기로 인식,전사 차원의 낭비요소 제거활동 등 위기경영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인재 채용과 육성만큼은 경영환경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오히려 많은 우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 인재 채용과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수 인재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곧 기업 경쟁력이며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경영혁신의 첫 번째로 거론됐던 지식경영도 결국은 생산물뿐만 아니라 기업이 보유하는 인적자원의 경험과 아이디어까지 관리하겠다는 개념이고 보면 사람 하나 하나의 역량이 그 기업의 자산인 셈이다.

최근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필자는 신입사원을 대할 때마다 회사가 어떻게 하면 신입사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재능을 발굴하고,다양성 속에 창조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하곤 한다.

조선조 효종 때 홍만종이란 학자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자신의 성품에 대해 그의 문학 평론집 '순오지'에서 '뜻은 크나 재주가 엉성하고,말은 고상하나 지식이 얕고,민첩하기를 좋아하나 몸가짐이 둔하고,방종을 좋아하나 작은 예절에 얽매인다'고 하면서 '남을 따라 지조를 바꾸지 않고,밉다 하여 그 사람을 모함하지 않는 나만의 쓸만한 성품이 있음을 깨우쳤을 때는 이미 늙어 있었다'고 한탄했다. 이렇듯 태어날 때부터 모든 재능과 인품을 겸비한 완벽한 인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는 누구나 그 사람만의 쓸모 하나씩을 갖게 되는 것 같다. 따라서 자기 개인의 잠재능력과 재능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이용하는 사람만이 가장 효과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도 인재 채용 · 육성시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통합의 열매를 추구해야 한다. 통합성은 다양성이란 지평 위에서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가운데 융합의 지혜를 발휘하는 과정에서 도출될 수 있다고 본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숨겨져 있는 잠재적 능력과 재능을 발견하고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긴 안목을 갖춘 각종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지원한다면 우리 기업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지닌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미래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어떻게 가려내고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의 문제는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는 영원한 숙제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