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뚜껑에 숨어 있는 154건의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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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지난 20년간 조사#1.영국인 윌리엄 페인터는 1892년 코르크 마개가 달린 맥주병에서 탄산가스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금속 밀폐 뚜껑을 만들었다. 가스가 빠진 맥주로는 진짜 맥주 맛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금속 뚜껑은 현재 콜라나 맥주병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른바 '왕관뚜껑'으로 무려 144개국에 특허가 등록돼 있다.
#2.플라스틱 제조 전문업체인 다본(대표 김승섭)은 지난해 '위조방지용안전캡'을 개발,위스키업체인 페르노리카 코리아(옛 진로발렌타인스)에 '임페리얼 트리플 키퍼'란 이름으로 납품 중이다. 뚜껑을 여는 순간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뚜껑이 아래위로 흔들리는 진동을 느끼게 되며,내부에 인쇄된 알파벳 로고(IMPERIAL)가 한자(正品)로 바뀌도록 고안됐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무게 2~3g짜리 병뚜껑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 특허기술들이 숨어 있다.
특허청(청장 고정식)은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20년간 병뚜껑에 관한 특허출원을 조사한 결과 모두 649건이 출원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특허로 인정받은 경우는 154건.
특히 최근에는 내용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뚜껑 고유기능 이외에 위조방지,첨가물 수용 및 안전개봉과 같은 부가기능을 포함하는 '기능성 병뚜껑' 개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1989년부터 5년 단위로 기능성 병뚜껑의 특허출원 비율을 보면 초기 5년간 25.0%였던 출원비율이 최근 5년 동안 70.8%로 3배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출원된 기능성 뚜껑은 보조첨가물을 병 안으로 넣어주는 이중 병뚜껑으로 모두 208건이 출원돼 전체 병뚜껑 특허출원의 51.1%를 차지했다. 예컨대 뚜껑 내부에 액체약이나 주스분말 등을 넣어둔 뒤 뚜껑을 돌리면 뚜껑 안쪽에 설치된 내부뚜껑이 열리거나 뚫리면서 액체약물이나 분말가루 등이 병 속 내용물과 섞이도록 하는 방식이다.
병뚜껑을 어린이나 유아들이 쉽게 개봉하지 못하게 하는 안전 병뚜껑도 그동안 36건 특허출원됐다. 뚜껑을 돌려 특정한 표시선에 위치를 맞추거나 힘을 줘 눌러야만 열 수 있는 뚜껑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