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회의 막판 돌연 '탕탕탕'…野 허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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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비준, 민주 퇴장속 소위처리…4월 통과 가능성한나라당이 25일 갑자기 쟁점 법안에 대해 강경 모드로 돌아선 것은 '야당에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절박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2월 국회를 마무리할 경우 자칫 MB 개혁이 총체적으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이 보건복지가족위원회에서 4대 보험의 통합 징수를 골자로 한 국민건강보험법,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나라 "MB개혁 표류 안돼" 강공
◆싱겁게 통과된 한 · 미FTA 비준 동의안당초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던 한 · 미FTA 비준 동의안은 비교적 쉽게 외교통상위 소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12월 상임위 상정 과정에서 쇠망치와 전기톱이 동원되는 난투극을 치르며 입법 전쟁을 촉발했던 점을 감안하면 싱거운 결과다.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박주선,박상천 의원은 법안 상정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고 송민순 의원은 "문안 수정 없이 미국 의회에서 통과시킬 수 있다는 보장을 정부가 하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비준 동의안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의원들만으로 소위를 통과했다.
현재로서는 비준 동의안의 2월 상임위 통과,4월 본회의 처리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으로서도 지난 정권 때 자신들이 주도해 체결한 한 · 미FTA가 계속 쟁점으로 남아 있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싸움 속 미디어법 상정
신방 겸영(신문과 방송 겸영) 등의 내용이 담긴 미디어 관련 법은 허를 찌르는 한나라당의 '허허실실' 작전 속에 상정됐다. 미디어법 상정은 고흥길 문방위원장(한나라당)이 직권 상정한 25일 오후 4시 직전만 해도 미뤄지는 분위기였다. 한나라당의 요구로 26일 전체 회의를 열기로 했던 데다 고 위원장이 "내일까지 여야 간사가 협의해 논의 안건을 만들어 오라"며 논의에 시간을 더 주겠다고 밝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우황 청심환을 준비해 복용하는 고 위원장은 회의에서 "오늘은 우황 청심환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며 직권 상정 가능성을 배제했다. 하지만 고 위원장은 이날 상정돼 있던 다른 안건을 처리한 직후 돌연 "미디어 관련 법을 상정할 수밖에 없다"고 고함을 지르며 방망이를 두드렸다. 순간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방망이를 두드리자마자 자리를 박차고 나간 고 위원장은 서둘러 국회 본청을 빠져 나갔다. 문방위 회의 전 열린 한나라당 정책의총에서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사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는 법안 상정이 유효한지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고 위원장이 법률안을 처리하며 22개 법안의 구체적인 이름이 아닌 '미디어법'이라고 했으므로 법안 상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나경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는 "지난 19일 회의를 통해 미디어법이 관련 법안 22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특정해 놓은 상태였다. 의사봉을 두드렸으므로 국회법에 따라 분명히 직권 상정됐다"고 맞받았다.
이날 직권 상정에도 미디어법의 처리는 4월 임시국회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나 의원은 "이번 직권 상정은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지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노경목/김유미/조귀동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