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재개발 하면 제2용산참사 막을 수 있다"
입력
수정
세입자 임시주거 마련 후 사업착수…철거 갈등 없어"재개발이 시작되고 철거에 들어가면 어디로 가서 살아야 할지 막막했는데,임시 거주지를 마련해주고 이주를 한 다음에 사업 착수를 한다는 주택공사의 설명을 듣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
난곡지구 첫 성공…성남 단대구역은 반발없이 추진중
경기 성남시 수정구 재개발지역인 '단대구역'내 단독주택(43㎡짜리)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전세를 살았던 김모씨(62)는 "작년 2월 인근 도촌지구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임대료 부담도 크지 않은 데다,무엇보다 정들었던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간 임대아파트는 재개발 사업을 위해 대한주택공사가 임시로 마련해 준 주거단지에 있다. 72㎡형으로 임대료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 관리비가 25만원.예전 집에서 난방비로 25만원이 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같은 비용으로 더 크고 깨끗한 집으로 옮긴 셈이다. 김씨는 "3년 동안 이곳 도촌에서 살다가 재개발 공사가 끝나면 새 아파트로 돌아갈 예정"이라며 "다른 재개발 구역들도 이런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어떤 세입자들이 반대하겠어요"라고 반문했다.
김씨가 마음 편히 재개발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이유는 단대구역 사업이 '순환재개발 방식'으로 진행됐기 때문.순환재개발은 사업 주체가 재개발구역 내 거주자들이 공사 기간 살 수 있는 임시 거주지를 마련,이주를 시키고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순환재개발 방식이 최근 서울 · 수도권 재개발구역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용산의 재개발구역 화재 참사의 원인이 바로 세입자 이주와 철거에 대한 보상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한 데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재개발사업의 경우 세입자들에게 몇 달치 거주비와 이주비만 주고 쫓아내는 방식이다보니 세입자와의 분쟁이 관행화되다시피 했다. 이와 달리 성남의 단대구역에서는 재개발사업에서 철거 관련 갈등이 전혀 없었다. 일부 상가 세입자가 골목에 걸어놓은 플래카드 서너 개가 고작이었다.
사업시행을 맡은 대한주택공사의 이정기 성남도시재생사업단장은 "법적 보호를 받는 이주 대상 세입자 884명의 98%가 별다른 반발없이 자진 퇴거했다"고 밝혔다.
낡은 집과 상가들이 밀집됐던 단대구역은 착공 8개월 만에 전체 부지(7만6204㎡)의 70% 가까이 철거됐다. 단대구역은 688가구의 기존 주택과 상가 건물을 헐고,2011년 8월쯤 1140가구(임대 213가구 포함) 규모의 새 주거단지로 건설된다. 이곳에는 기존 세입자 297명도 대부분 임대아파트로 이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순환재개발은 세입자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인근 지역에 갑자기 임대 수요가 몰려 전 · 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도 막을 수 있다. 해당지역 세입자들까지 수용 가능하도록 계획되기 때문에 예전의 주거 공동체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순환재개발 방식의 대표적 성공사례는 서울 관악구 '난곡지구'가 꼽힌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동아건설 대우건설 등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포기했던 난곡지구의 경우 주택공사가 신림7동 일원으로 직접 들어가서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공은 난곡지구 인근의 임대주택 890가구를 활용해서 세입자 일부를 이주시키는 순환재개발 방식을 활용해 사업을 깔끔하게 끝내 호평을 받았다.
순환재개발사업이 경기도에서 첫 삽을 뜰 수 있었던 이유는 주택공사와 성남시가 2000년 1월14일 '성남시 구시가지 재개발사업 공동시행합의서'를 채택했기에 가능했다. 성남시는 26개 재개발구역(304만㎡)을 한꺼번에 추진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주공과 손을 잡았다. 작년에 1단계로 단대구역을 비롯한 3개 구역에서 사업이 시작됐고,올해는 중동1구역 금광구역 등 2단계가 착공에 들어간다. 나머지 3단계는 내년 이후에 착수한다. 서울시 가리봉 도시환경정비사업도 주공이 참여해 순환재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주공은 인근 임대아파트에 세입자를 이전시킬 계획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공공부지에 가건물을 짓는 방식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 용어 풀이 >
◆순환재개발=재개발을 할 때 세입자들의 거주지를 미리 확보한 뒤에 공사를 시작하는 방식이다. 대부분 재개발 구역에선 임시 거주지를 만들기 힘들어 이주보상금과 이주비만 준 채 한꺼번에 사업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