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닦은 기량 고국서 맘껏 펼쳐볼래요"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지영씨 귀국
다음달 20~24일 무대 오를 '신데렐라' 주역 맡아
최태지 국립발레단장은 아직도 발레리나 김지영씨(31)의 아버지가 자신에게 부탁한 말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보통은 그저 잘 가르치고 키워달라는 말을 하지만 김씨의 아버지는 "엄마같이 대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김씨의 어머니는 1996년 김씨가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 졸업 무대에서 공연하던 중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 충격으로 김씨는 해외 진출을 포기했다. 그 때 최 단장이 그를 보듬었다. 이후 그는 2002년 네덜란드국립발레단으로 진출했고 2007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1등 자리를 꿰찬 지 2년밖에 안된 그가 다시 국립발레단으로 돌아온다. 어머니 같은 최 단장이 국내 발레 발전에 기여하지 않겠냐고 제안하자 금방 따른 것.

26일 국립발레단이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김씨를 만났다. 그는 "사실 네덜란드에서의 내 모습은 발레리나로 이제서야 막 피어나는 것이었기 때문에 포기한다는 게 아깝기도 했지만 최 단장님과 꼭 다시 한번 일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국립발레단에서 7월부터 정식으로 활동하게 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과의 계약은 오는 6월까지.이에 앞서 그는 3월20~24일 공연하는 국립발레단의 '신데렐라'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7년간의 해외 활동이 자신감과 함께 이전보다 많은 고민을 던져줬다고 말한다. 무대에서 춤춘다는 것은 자신의 성격과 인격,실력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대에서는 어떠한 속임수도 통하지 않아요. 그런 걸 세월이 흐를수록 절실히 느끼다보니 디테일한 동작 하나까지도 고민하게 됐죠."

국립발레단 소속이 되지만 해외 활동을 아예 접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입장에서도 김씨와 같은 수석무용수를 바로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김씨는 객원아티스트의 자격으로 네덜란드에서 올 10월 '라 바야데르',내년 2월 '돈키호테'의 주역을 맡는다.

세계적인 무용수의 반열에 오른 그에게도 '나이 걱정'은 있다. 마흔 전후로 은퇴해야 하는 발레리나의 신체적 한계 때문이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 나이가 들수록 쌓이는 연륜의 무게로 연기가 수월해졌고,배역에 대한 이해도 더 깊어졌기 때문이다. 후배들에 대한 책임감도 대단하다. 그는 어린 무용수들이 좀더 고민하면서 무용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무용은 손끝과 발끝의 예술인데 고민이 없으면 깊이와 세련됨도 없어요. 앞으로 그런 부분들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

3월 선보일 '신데렐라'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가 안무한 버전으로 예술의전당 재개관 프로그램 중 하나다.

1997년 국립발레단의 로스티슬라브 자하로프 버전이 원작에 충실한 모습이었다면 이번 무대는 훨씬 현대적이고 감각적이다. 더블캐스팅이 없기 때문에 6회 공연 모두 김지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김주원,장운규,이충훈,윤혜진 등 쟁쟁한 발레계 스타들의 공연도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 5000~15만원.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