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3개 부문으로 쪼개 美정부가 관리"

FT보도…19개 은행 4월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
美정부, 부실규모 따라 추가 공적 자금 지원키로
미국 정부의 부실 금융회사 구제방안 마련이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다.

미 정부는 미국 내 최대 보험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을 3개 사업 부문으로 나눠 정부 관리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씨티그룹을 포함한 19개 대형 은행들에 대해선 4월 말까지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를 실시해 공적자금 투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AIG,정부가 분할관리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정부와 AIG가 사업 부문을 최소 3개로 분리해 정부가 관리하는 '통제된 분할(controlled break-up)' 방식의 구조조정안을 협의 중이라고 26일 보도했다. FT는 이 방안이 채택되면 씨티그룹 등 다른 금융회사 구제의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AIG는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총 1500억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지난해 4분기 600억달러의 사상 최대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파산보호 신청설까지 나돌았다. AIG는 당초 자산 매각을 통해 정부로부터 받은 공적자금을 갚을 계획이었지만 적당한 매수자를 찾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구조조정 방안의 내용은 정부가 AIG를 △아시아 영업 △국제 생명보험 △미국 가계보험 등 3개 부문으로 분리,현재 우선주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AIG의 지분 80%를 이들 3개 부문의 다수 지분과 맞바꾼다는 것이다. AIG의 다른 사업 부문과 부실자산을 묶어 제4의 부문으로 분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는 대신 AIG에 지원한 5년 만기 600억달러 대출의 상환 조건을 완화하거나 상당 금액을 삭감해주고,이와 함께 400억달러 규모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AIG의 부담을 줄여줄 계획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AIG는 당분간 지주회사 형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3개 부문을 각각 상장해 투자 회수를 결정할 경우 단일 글로벌 보험사로서 AIG의 90년 역사는 끝날 수도 있다. ◆한시적 국유화 가능성도 시사

미 재무부는 이날 19개 대형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과 자본지원프로그램(CAP) 백서를 발표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여건이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정 아래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을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재무부는 △미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 감소하고 △실업률이 8.4%에 달하며 △주택 가격이 14% 하락한다는 기본 시나리오와 △GDP가 3.3% 떨어지고 △실업률은 8.9%로 오르며 △주택 가격이 22% 폭락한다는 위험 시나리오 등을 가정한다. 이런 환경에서 금융사들이 전체 대출금과 보유 유가증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정손실을 산출해 잠재부실 규모를 측정한다. 금융사들은 4월 말까지 실시되는 테스트 결과에 따라 민간자본을 끌어들이거나 정부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아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 자본 확충이 필요한 은행이면 6개월 내에 민간자본을 유치해야 한다. 이 기간 내 자본 유치에 실패하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은행으로부터 보통주로 전환 가능한 우선주를 인수한다. 우선주는 은행의 요청이 있거나 혹은 7년이 경과하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하다. 정부는 우선주를 시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에 취득하며 9%의 배당금을 받기로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임원은 급여와 보너스 지급에 제한을 받는다.

이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P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은행 국유화는 잘못된 전략"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무부는 이날 CAP 백서에서 "국유화가 CAP의 목적이 아니다"면서도 "(CAP 적용으로) 정부가 은행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할 정도면 정부 소유 기간을 임시로 유지하면서 정부 투입분을 대체할 민간자본을 유치토록 하겠다는 게 목표"라고 명시,사실상 일시적 국유화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박성완 기자/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