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취소·본관 출입제한…'일촉즉발'

민주, 상임위 곳곳서 몸싸움…기능 완전 마비
金 의장 "미디어법 직권상정 안한다고 한 적 없다"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이 내달 2일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가면서 국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이 27일 국회 본관 출입제한 조치를 발동,경찰과 민주당 당직자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민주당이 저지선을 뚫고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벌이는 등 연말 · 연초 폭력국회가 재연되는 분위기마저 연출됐다. 각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등 이날 국회 기능은 완전히 마비됐다.
◆미디어법도 직권상정하나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분위기다. '27일까지 상임위 심사를 완료해달라'는 김 의장의 전날 요청에 따라 정무위 등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처리를 위한 시도를 계속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회의장 점거로 개회는 못했지만 한나라당으로선 상임위 차원에서 법안처리를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위한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각 상임위 소속 의원들이 의장실을 차례로 방문하는 등 김 의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특히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자기 환상과 자기 도취에 젖어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공직자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매듭이 풀리지 않으면 단칼에 잘라버리고 앞으로 다시 나가야 한다"며 미디어법 직권상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김 의장을 겨냥했다. 이에 김 의장은 "(미디어법 직권상정을) 안 한다고 한 적이 없다"며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이 이뤄질 경우 '재벌 방송' 우려를 불식시키는 수정안을 내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22개에 달하는 미디어관련법과 금산분리 완화법안,출총제 폐지법안,산업은행 민영화법안 등 정무위 5개 법안 등 총 27개 법안을 직권상정하게 된다.

시위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집시법 개정안의 경우 행정안전위가 여야 합의로 상임위에 상정해 2월 임시국회에서 직권상정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시 험악해지는 국회김 의장은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 본회의장 문을 열면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서 나오지 않고 내달 2일까지 점거한 채 직권상정을 막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문방위,국토해양위 등 상임위 회의장은 이미 민주당에 점거된 상태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바리케이드까지 친 민주당의 저지에 회의장 입장이 좌절되자 질서유지권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무위도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위원장석을 점거,회의를 열지 못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다시 폭력으로 국회를 얼룩지게 하면 우리도 결심하고 좌시하지 않겠다"며 "모두 한마음이 돼 2월 임시국회에서 돌파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비상대기를 요청했다.

유창재/조귀동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