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11.8% '껑충'… 사교육비 증가 주도

'공교육 강화 정책' 안먹혀… 엄마 학력 높을수록 지출 많아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공교육 강화를 통해 사교육비를 잡겠다는 새 정부의 교육정책이 아직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일각에서는 영어 공교육 강화정책이 학부모들을 자극해 되레 사교육비 증가에 일조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2008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 · 중 · 고등학생이 한 달에 쓰는 영어 사교육비는 평균 7만6000원으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수학이 8.8% 늘어난 6만2000원,국어가 4.5% 늘어난 2만3000원인 것에 비하면 증가폭이 훨씬 컸다. 상당수 대학이 논술고사를 폐지한 영향으로 논술 사교육비(7000원)는 전년 대비 12.5% 줄었다.

사교육 참여율도 국어(36.1%),수학(56.5%),논술(8.4%) 등의 교과는 각각 전년 대비 2~3%포인트 줄었지만 영어(55.6%)는 전년과 같았다. 전체 사교육비는 늘어난 반면 사교육 참여율은 감소해 소득수준에 따른 사교육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4.3% 증가했지만 사교육 참여율은 77%에서 75.1%로 1.9%포인트 감소했다.

경기불황에 취약한 저소득층의 감소율이 높았다. 월 100만~200만원 소득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4.4%포인트,200만~300만원 가구의 참여율은 3.3%포인트 줄었는 데 비해 월 소득이 300만원을 넘는 가구는 구간별로 사교육 참여율이 0.8~2.2%포인트씩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부모 학력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경향도 강했다. 아버지가 대학원을 졸업한 경우,자녀 한 명당 월 평균 36만9000원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버지가 중졸 이하일 때(9만3000원)의 4배에 이른다. 어머니가 대학원을 졸업한 경우에도 39만8000원으로 어머니가 중졸인 경우(9만8000원)보다 4.1배 많았다. 학생의 성적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고 사교육 참여율도 높았다. 성적 상위 10% 이내 학생은 하위 20% 이내 학생보다 사교육비(31만5000원)는 2.4배 더 쓰고 참여율(87.7%)은 무려 36.1%포인트나 높았다.
교과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전국 300개 학교를 '사교육 없는 학교'로 지정해 학교당 2억원을 지원하고 교원평가제와 교과교실제를 도입해 사교육을 점차 줄여가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