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묻어두면 손해" … 예금금리+a에 눈독

회사채ㆍ금ㆍELS 인기 … 수익형 부동산도 '입질'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예금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부자들의 재테크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 완연한 봄이 찾아오지 않은 가운데 '저금리 쇼크'로 은행 예금도 투자 우선 순위에서 제외시켜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저금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부자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부자들은 머니마켓펀드(MMF)같은 단기 상품에 잠시 여윳돈을 묻어두면서 회사채나 금 같은 안전 자산으로 돈을 굴리고 있다. 다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이들은 저평가된 주식이나 수익형 부동산에 입질을 하고 있다.

◆우량 회사채 주목현재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대.이자소득세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사실상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부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상품은 우량 회사채다. 최근 자금 시장이 살아나 기업들이 회사채를 대거 찍고 있어 물량도 풍부한 편이다. 현재 증권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AA등급인 회사채나 카드채에 1년간 투자하면 연 5% 안팎의 금리를 적용받는다. 이 정도 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부자들은 등급이 좀 더 낮은 A등급의 캐피털채에 투자하고 있다. 캐피털채의 수익률은 연 6%가 넘는다.

회사채 종합선물세트 같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에서 사모형태로 가입할 수 있는 회사채 특정금전신탁 상품이 그것이다. 고객들의 돈을 모아 대한항공,현대캐피탈 등의 우량 채권에 투자해 나중에 수익을 돌려주는 구조다. 연 6% 이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은행 측의 설명이다.

이정걸 국민은행 재테크팀장은 "채권은 예금처럼 원금보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부자 고객들은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안정성을 검토한 뒤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가지수연계증권(ELS)도 부자 고객들이 정기예금 대안으로 많이 찾고 있는 상품이다. 특히 투자한 돈은 떼이지 않는 원금보존형 ELS가 각광을 받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최근에 ELS는 일부 거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맞춤식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조건만 맞으면 20%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고 최악의 경우라도 원금은 잃지 않도록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금과 수익형 부동산도 각광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금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가격 변동폭이 크지만 금값은 앞으로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주식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금을 0.1g 단위로 살 수 있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의 1년 수익률은 60%가 넘는다. 최근 6개월 수익률은 63%에 달한다. 최봉수 하나은행 PB팀장은 "현재는 경기침체기이지만 향후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경기가 회복되면 원유 수요가 늘어 유가 상승이 기대된다"며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도 부자들의 관심 대상"이라고 전했다.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부자들은 부동산도 눈여겨 보고 있다. 거액을 묻어야 하는 땅이나 중대형 아파트보다는 소형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매달 임대수익을 받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이 잘 나가고 있다. 특히 1인 세대가 늘면서 전철역 주변이나 중심가에 있는 오피스텔이 부자들의 투자 대상이다. 대출금리가 낮아짐에 따라 과감하게 대출을 받아 '지렛대 투자'를 하려는 부자들도 있다. 특히 이들은 급매물로 나오는 강남 주변의 소규모 빌딩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 눈높이를 낮춘 부자들도 적지 않다. 처음에는 은행 예금금리가 연 6~7%에서 연 3%대로 떨어진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이제는 저금리라도 정기예금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팀장은 "펀드로 거액을 잃은 경험이 있고 최근 들어 MMF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부자 고객들 사이에는 금리는 낮아도 은행 예금이 가장 믿을 만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