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4분기 GDP 마이너스 6.2%… 82년 이후 최악

미국 상무부는 27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2%(연율 기준)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수정치는 1982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며 잠정치(-3.8%)는 물론 시장 예상치(-5.4%)보다 악화된 것이다. 미국 경제는 작년 3분기 0.5%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1991년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성장률이 곤두박질친 것은 전체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신용경색 등의 영향으로 급속히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이 기간 중 개인 소비는 1980년 이후 최대폭인 4.3% 감소했다. 3분기 개인 소비가 3.8%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소비 기록을 시작한 1947년 이후 처음으로 2분기 연속 개인소비가 3% 이상 줄었다.

전문가들은 실업 증가로 소비 위축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들은 지난 1월 한 달 동안 59만8000명을 감원했으며 경기후퇴가 시작된 2007년 12월 이후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총 360만명에 달한다.

신규 장비 구매도 급격히 위축됐다. 작년 4분기 기업 투자는 21% 감소해 1980년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 기업들의 신규 장비 및 소프트웨어 구매는 29% 급락했다. 올 들어서도 이 같은 현상은 지속돼 1월 기업들의 내구재 주문은 5.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연속 내구재 주문이 줄어든 것이다. 세계 무역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도 성장률을 끌어내렸다. 주택 시장 침체 영향으로 이 기간 중 주택 건설도 22% 감소했다. 올 들어서도 신규 주택 착공이 급격이 위축되고 있는 점에 비춰볼때 주택시장 침체가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작년 4분기 미국 경제 위축이 예상보다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앞으로 경기 전망도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존 헤르만 헤르만포어캐스팅 대표는 "심각하고 긴 침체기를 맞고 있다"며 "2010년까지는 경기가 계속 침체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최근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미국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지 않으면 미국 경제 침체가 2010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장률이 예상보다 악화되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장 초반에 1% 이상 하락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