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모터쇼, 럭셔리서 '생존형' 모델로

5일 개막…불황으로 당장 시판할 '실전형 컨셉트카' 경연
도심형 SUV·소형MPV 주종…현대, 내년 양산 SUV 공개
현대자동차는 오는 5일(현지시간) 개막하는 '2009 제네바 모터쇼'에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가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컨셉트카 '익쏘닉(HED-6)'을 공개한다. 상용화 계획 없이 친환경 기술 과시에 주안점을 뒀던 지난해 컨셉트카 'i-mode'와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독한 불황으로 차 한 대라도 더 파는 게 글로벌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판매를 염두에 둔 '양산형 컨셉트카'가 보편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 유목민'을 표방한 이 차는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에서 유럽풍 도시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디자인됐다. 정차시 엔진이 자동으로 꺼져 연료 효율성이 높은 ISG(Idle Stop & Go) 기술이 적용됐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49g/㎞로 줄여 유럽 시장의 특성을 반영했다. 올해 제네바 모터쇼는 시장 판매를 눈앞에 둔 '레디 포 세일카(ready for sales car)'의 대격전장으로 떠올랐다. 전 세계 5대 모터쇼 중 가장 럭셔리한 행사로 유명했던 제네바 모터쇼가 차업계 불황 극복을 위한 '생존형 데뷔 무대'로 탈바꿈하고 있다.

◆컨셉트카도 '레디 포 세일카'

미래형 최첨단 기술과 디자인을 겨루는 데 치중했던 컨셉트카는 당장 시장에 투입해도 손색이 없는 실용적인 차로 옮겨가고 있다. 보통 5~10년 뒤이던 양산 시기가 1~2년 뒤로 앞당겨졌다. 차종도 도심형 SUV나 소형 MPV(다목적 차량)가 대부분이다. 기아자동차는 유럽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소형 MPV 컨셉트카인 '기아 넘버3(KED-6)'를 내놓는다. 뒷좌석 적재 공간을 늘리고 앞유리와 천장을 유리로 연결해 넓은 시야를 확보한 게 돋보인다. BMW는 올해 말 출시될 신개념 PAS(progressive activity sedan) 컨셉트카인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를 전시하고 닛산은 2010년 양산 예정인 유럽형 소형 MPV인 '콰자나' 컨셉트카를 발표한다. 억대 슈퍼카도 예외가 아니다. 롤스로이스가 선보이는 컨셉트카 'EX200'은 기존 팬텀 시리즈보다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저렴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컨셉트카도 파격적 디자인이나 10년 내 양산이 불가능한 '꿈의 차'에서 벗어나 당장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현실의 차'로 변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정부 지원 발맞춰 신차 줄줄이최근 유럽 정부가 내놓은 자동차 판매지원책에 발맞춰 현지 수요를 잡기 위한 신차도 잇따라 공개된다. 독일은 9년 이상 된 중고차를 폐차한 뒤 유로4 이상의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신차를 구입하면 2500유로(약 480만원)를 지원하고 신차 구입시 6개월간 소비세를 면제해준다. 프랑스도 폐차 후 신차를 살 경우 1000유로(약 184만원)의 장려금을 준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올 상반기 판매 예정인 '뉴 E클래스 쿠페'를 내놓고 혼다는 이달 말 유럽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신형 하이브리드카 '뉴 인사이트'를 선보인다. 1.3ℓ i-VTEC 엔진과 초경량 전기모터가 결합돼 연비(유럽연합 기준)가 22.7㎞/ℓ에 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01g/㎞ 수준이다. 닛산은 올 11월 유럽 출시를 앞둔 1500㏄ 소형차 '큐브'와 하반기 시판에 들어가는 7인승 미니밴 'NV200'을 전시한다. 푸조도 올 하반기부터 유럽에서 판매되는 디젤 하이브리드 MPV '3008'을 내놓고 크라이슬러는 2010년 이후 유럽시장에 출시할 전기차 컨셉트카인 'C200 EV'를 전시한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