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 자리 놓고 '氣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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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부 "외부영입" vs 한은 "내부인사"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의 임기(4월6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임 부총재를 둘러싸고 한은과 기획재정부 간 갈등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1일 "통화정책을 잘 알고 개혁적인 성향의 학계 인사 등을 중심으로 한은 부총재 후보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와중에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 등 대응에 늦었던 만큼 부총재로는 외부인사가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다만 관료 출신을 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외부에서 기용된다면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김윤환 고려대 초빙교수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김 교수는 지난해 인수위에서 활동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은 부총재는 한은 총재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총재나 다른 금통위원보다 임기가 1년 짧은 3년이다.
이에 대해 한은은 1950년 설립 이후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내부출신 인사들이 줄곧 부총재를 맡아온 전통이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1998년 이후 부총재를 보면 심훈 현 금융통화위원,박철 현 리딩투자증권 대표,이성태 현 한은 총재,이승일 현 부총재 등 모두 한은 출신이다.
한은 관계자들은 외부 인사가 부총재로 오면 조직통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재정부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또 현재 위기 극복을 위해 한은 직원들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은 내부에선 박재환 한국주택금융공사 부사장,김수명 금융결제원장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통화정책에 정통하고,김 원장은 원활한 대외관계가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외에 정규영 서울외국환중개 사장이나 이상헌 금융결제원 고문 등의 이름도 나오고 있다.
한편 4월26일 공석이 되는 두 자리의 부총재보에는 김재천 조사국장,이광준 금융안정분석국장,장병화 정책기획국장,안병찬 국제국장 등이 경합을 벌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은은 다음 달 임원 인사를 앞두고 1일 인사는 소폭으로 실시했다.
박준동/차기현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