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北 위협속 한ㆍ미 대표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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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회 정치부 기자 kugija@hankyung.com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김 위원장은 생모의 고향이자 이번 미사일 발사 실험장으로 알려진 함경북도를 장기간 방문했다. 지난 미사일 발사 때처럼 미사일 발사지를 격려 방문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 2월에는 총 15차례 공개활동을 해 역대최다를 기록했다.
김 위원장의 '광폭행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위원장의 와병설과 후계 구도 문제로 어수선했던 북한 내부 단속 의도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의 외부 활동에 맞춰 북한 노동당은 북한 내 주체사상 강화와 김정일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며 김 위원장의 발걸음에 힘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맞춰 북한은 미사일 발사 예고에 이어 1일에는 군사분계선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전에도 그랬듯이 군사도발에 이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미국의 대북라인이 전격 교체됐다. 한국 정부에서 북핵 6자회담 대표를 지내면서 북핵 업무를 총괄하던 김 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국정원 제1차장으로 발탁됐고 미국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가 대북특사로,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았던 성 김 대북특사가 수석대표로 임명됐다.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한 · 미는 급박한 미사일 정국에서 과감하게 대표를 교체한 것이다. 북한이 짜여진 시나리오에 맞춰 톱니바퀴 굴러가듯 일사불란하게 미사일 정국을 이끌어 가는 데 반해 한 · 미는 당분간 업무공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 · 미가 북한 미사일과 후계 구도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대북라인'의 등장은 최근 문제가 된 한 · 미공조 엇박자를 심화시킬 수도 있다. 한 미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인정여부를 놓고 한동안 혼선을 빚은 바 있다.
외교부의 한 6자회담 관계자는 "북핵 6자회담도 이미 북한판으로 변질된 것 같다"고 푸념했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6자회담 당사국들이 시종 끌려다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한 미 대표의 동시교체에 우려의 시선이 가는 이유이자 양국의 철저한 공조가 더 절실해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