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아~쓰다"는 옛말…한약, 젤리ㆍ사탕ㆍ캡슐로 먹는다

경희의료원 12가지 신제형 한약
한약은 효과 좋고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하지만 휴대와 외부에서 데워 먹기가 불편해서 한두 번 빼먹다 아예 복용을 포기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아무리 명 처방약이라 해도 제 때 먹지 못하면 헛일.더구나 요즘 신세대들은 기존 한약의 색깔과 모습에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은 이런 한약의 단점을 개선하고 위축되고 있는 한방의료시장에 활로를 내기 위해 먹기 좋고 휴대하기도 간편한 12가지 신제형 한약을 내놔 인기를 끌고 있다.

경희의료원 한약물연구소(소장 유봉하)가 가장 먼저 내놓은 게 사탕처럼 입안에서 천천히 녹여먹는 트로키 제형의 '청인트로키'와 '통비트로키' 등 두 가지다. 기관지를 맑게 해주는 청인(淸咽)트로키는 급만성기관지염의 증상을 해소해 준다. 만성 목감기,해수(기침),천식 등에 사용되던 '청간이격탕' 처방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항염 항산화 면역증강 효과가 탁월한 브라질 원산의 고순도 프로폴리스와 함께 청량감을 높여주는 박하 추출물(멘톨)이 첨가됐다. 맛과 색깔,효과를 고려해 인공색소 대신 항염증효과가 있는 치자를 넣었다. 금연보조제나 황사현상에 대한 증상 완화제로서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 통비(通鼻)트로키는 만성비염으로 막힌 코를 뚫어주고 이로 인한 권태감,집중력 저하,잦은 졸음 등도 함께 해소해 준다. 동의보감에 나오는 창이산(蒼耳散)을 기본 처방으로 항염효과 청량감이 우수한 페퍼민트,유칼립투스 등 아로마 오일을 최적의 비율로 혼합했다.

젤리 형태로는 어린이 환자를 위한 '소아감모방', '소아안신방'과 노약자와 기력이 쇠한 환자를 위한 '원기젤리' 등 세가지가 있다. 어린이용은 젤라틴이 주원료로 탄력이 강하고 많은 한약을 함유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반면 노약자용에는 부드러운 한천이 들어 있어 씹는데 편하다.

소아감모방은 감기나 급만성 호흡기질환에 쓰이던 방풍해독탕과 통규탕의 처방을 합친한 것이다. 잘 떨어지지 않거나 오래 가는 감기에 좋다. 소아안신방은 인숙보심탕 보혈안신탕 장담보심탕 반하사심탕 등 4가지 처방을 한데 모은 것으로 집중력이 부족하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며 신경이 예민하고 불안을 자주 느끼는 어린이에게 효과적이다. 이들 젤리는 열량을 낮추기 위해 올리고당을 사용하고 부패방지를 위해 항균 한약재인 후박을 첨가했다. 원기젤리는 원기가 허약하고 만성피로를 느끼거나 식욕저하 및 항암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좋다. 면역증강효과가 뛰어난 황기를 주성분으로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이 강력한 프로폴리스를 첨가했다.

캅셀형 제제는 직접적으로 약효를 내는 성분만을 추출해서 캅셀안에 충전한 것이다. 청장캅셀은 변비에 사용되던 대승기탕 처방에서 주된 약효를 나타내는 대황과 망초만을 사용한 것이다. 생기소암단 캅셀은 가미계격탕이 기본 처방으로 혈관신생 억제작용이 있어 항암효과를 기대할수 있고 환자의 정기를 북돋워준다. 보정단 캅셀은 피로회복과 면역증강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자하거(태반)와 녹용을 원료로 한다. 스트레스와 알레르기,만성 소모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의 기력을 올린다. 보심단은 수면을 도와주는 산조인 연자육 현호색 등 세 가지 한약을 배합한 후 유효성분만 초임계추출기로 뽑아낸 제품이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나 갱년기 증상으로 초래된 불면증의 개선에 효과가 있다.

입안에서 금세 녹고 한약 특유의 쓴맛이 나지 않게 레몬 추출물을 배합한 가루 형태의 건식과립형 제제도 나와 있다. 내소화중탕과립은 급만성 소화불량,복부팽만,만성 식욕부진 등에 적합하다. 원기생맥산은 피로회복제인 생맥산 처방에 대산(마늘)과 다엽(녹차)을 넣어 쇠약체질로 땀을 많이 흘리고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유익하다. 한슬림은 비만으로 인해 관절염과 요통 등이 발생한 환자에게 추천된다. 녹차와 레몬이 주성분으로 지방대사를 촉진해 비만과 지방간을 개선한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