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상해 기준' 여전히 헷갈려
입력
수정
사고접수 건수 2배 늘었는데종합보험 가입 운전자도 '중상해' 사고를 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온 지 닷새가 지났지만 여전히 딱 떨어지는 처리 지침이 없어 일선 경찰관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구체적 지침없어 처리 지연
2일 서울지역 일선 경찰서에 따르면 헌재 판결 바로 다음 날 대검찰청이 '중상해 기준 및 처리 지침'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서울경찰청이 아직 구체적인 처리 방법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에서는 큰 인명 피해가 난 사건의 처리를 일괄적으로 보류하고 있다. 남대문서의 한 경찰관은 "고작 내려온 지침은 검찰의 수사 지휘를 따르라는 내용 정도"라며 "앞으로 사건이 많아지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형법상 '중상해'라는 것이 사망처럼 명확하게 딱 떨어지는 개념이 아니라 혼란스럽다"며 "다행히 현재 나온 기준을 확실히 충족한다고 볼 수 있는 교통사고는 아직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진단서 기준 등으로 중상해 여부를 가리는 지침을 마련해 이번 주 중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교통사고 관련 신고 건수는 헌재 판결이 나오기 전과 비교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용산서의 A 경위는 "교통사고 신고 접수가 헌재 판결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었다"며 "평소에는 합의를 보던 것도 (더 큰) 보상을 노려 일단 신고부터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서에는 "도대체 중상해 기준이 뭐냐" "앞으로 무조건 인명피해 사고를 내면 전과자가 되는 것이냐"고 묻는 시민들의 전화도 잇따르고 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