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밤샘 진통…金의장 중재로 실마리


여야 협상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미디어법이었다.

여야가 심야까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대목은 미디어법의 처리 시기였다. 한나라당은 논란이 되는 공중파 방송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소유 한도를 20%에서 아예 없앨 수 있다는 안을 제시하면서 "2월 국회를 양보할 수 있지만 '6개월 내 처리'로 못박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미디어법은 상임위에서 알아서 처리하게 해야 한다"고 난색을 표했다. 여야 협상이 결렬된 뒤 김형오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방송법 신문법 등에 대해 6월 이후 처리하되 시한을 못박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오 국회의장이 마지막 중재에서 일단 타결의 가닥이 잡힌 것이다. 앞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빠르면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법을 처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던 만큼 김의장의 중재안은 여야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앞서 김의장이 쟁점법안의 2일 직권상정을 예고한 1일 국회는 하루 종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경찰이 국회 출입구마다 배치돼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회 경위들이 본회의장 내에 들어가 경계를 섰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차명진 의원과 민주당 당직자 간 몸싸움 끝에 차 의원이 병원으로 실려갔고 서갑원 민주당 의원도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양당은 2일 본회의에서의 '결전'에 대비해 준비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의원 80여명은 이날 밤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전격 점거했다. 한나라당의 중앙홀 점거는 이날 밤 7시30분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홍준표 원내대표가 제안해 이뤄졌다. 홍 원내대표는 "내일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오후 9시에 열리는 대표 회담 전에 (중앙홀에) 나가서 쟁점법안 직권상정 촉구 결의대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지난 연말 · 연초 국회에서 민주당 · 민노당 의원,보좌관들이 중앙홀 앞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진입을 막은 데 대한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중앙홀 앞을 점거한 것은 이날 밤 여야 당대표 간 막판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직권상정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경목/이준혁 기자 autonomy@hankyung.com